영화평입니다, 감상을 권하지 않는.
* 새로울 것 없는 속편입니다. 물론 이야기도 바뀌고 등장인물들도 바뀌는 등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새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전편의 액션 스타일을 답습(고수가 아닙니다)하는 일종의 무성의함도 보입니다. 전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감상한다면(저부터도 그랬고요) 볼 수 있겠습니다만 영화적인 완성도나 임팩트가 전편만 한참 못한, 그런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4자 성어가 생각나네요, 액션만 난무하는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추천할 만한 영화가 못 되는 게 아쉽네요. 전편의 임팩트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 존 윅이 존 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자기 차를 훔쳐간 조직의 근거지 및 조직원들을 박살 내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화해를 모르고 살던 존 윅이 생전 처음으로 상대방과 화해를 하고 은퇴를 하려고 합니다만 그의 친구이자 거절할 수 없는, 부채의 징표를 가지고 온 이에 의해 은퇴는 물 건너가게 되고, 이후로 거칠 것 없는 액션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액션은 전편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주인공에 의해 죽어 나가는 이들은 전편보다 훨씬 많습니다. 보다 보면 질리기까지 합니다. 해도 너무 하지요, 아무리 상대방이 쏴도 주인공은 방탄복으로 다 막거나 안 죽을 정도로만 다치는데, 상대방은 한 두방에 전부 다 나가떨어지니 말입니다.
사실 액션이 재미있고 참신했더라면, 위에 적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참신하고 재미있게 보이지 않는 것이, 전편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액션의 스타일을 고수하려고 했다면, 그 임팩트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면 이야기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합니다. 하지만 초반부에 그의 옛 친구와 표식이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스토리 텔링의 관점에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액션을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전형적인 패착이자 망작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존 윅이 존 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엉성합니다.
물론 액션씬의 완성도는 전편 못지않게 뛰어나고 멋집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카시안과 차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총격 및 격투씬인데요, 이 장면은 정말 생생하게 잘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 보면 질리는 것이, 봐도 봐도 똑같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격투신과 총격전이 벌어지니 눈이 피곤해집니다. 액션이 훌륭한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것 말고 훌륭한 것이 없어서 금방 식상해집니다. 전편에서 Gun-fu라는 새로운 액션 스타일을 창조해냈는데, 액션만으로는 약발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액션을 하는 것이지, 액션을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 미시에서 거시로의 스토리 확대, 결론적으로 실패
사실, 감독과 각본가가 전편보다 더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전편의 러시아 마피아와만의 대결 구도의 단조로움(?)을 피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가져다 붙입니다. 컨티넨탈 호텔의 상징성을 부각하고, 최고 회의(high table)와 최고 위원을 등장시키고, 카톨릭적인 수사를 사용해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등(대표적인 것이 excommunĭcátĭo, 라틴어로 파문이라는 단어입니다) 멋지고 크고 화려한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의 스케일을 막 키워 갑니다. 하지만 감독과 각본가 스스로가 소화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야기를 벌려 놓았다는 게 함정입니다. 복선을 곳곳에 깔아 놓는데 그 복선이 너무 눈에 보이고 설령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임팩트가 없습니다.
전편은 굉장히 미시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좁은 세계를 다룹니다만 그러다 보니 밀도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집중력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니 너무 멀리멀리, 그 누구도 붙잡을 수 없이 갑니다. 누구에게나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감독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로 카모라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거대 마피아 조직입니다. 웬만한 글로벌 기업 뺨치게 조직 경영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조직원의 기를 살리는 인적자원관리(HR)입니다. 신입 직원에게는 종교적인 엄숙함까지 느껴지는 입회식을 거행하고 이를 통해 소속감을 높입니다. 능력 있는 신예에게는 '별명'을 붙여줘서 더 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업무'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조직원의 유가족은 끝까지 챙겨서 조직 충성도를 높이기도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