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다] 신친일파 - 호소카 유지
답답한 책, 그런데 한 번은 읽어야 할 책 입니다.
1. 2019년 7월 10일에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이영훈, 김낙년, 김용삼, 주익종, 정안기, 이우연 총 5명으로 소위 '뉴 라이트'로 분류되는 학자들 입니다. 책 소개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습니다 :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 이 반일 종족주의의 기원, 형성, 확산, 맹위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고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계하기 위한 역사서(YES24)
종족주의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와 있습니다 : '자신의 종족을 가장 우선시하는 태도나 사상'
즉, '반일 종족주의'를 그냥 국어적으로 풀어보면 우리 민족을 가장 우선시하는 태도나 사상인데, 그 에너지와 동력을 '반일'에서 찾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발부터 속이 터지는데, 문제는 이것을 반박할만큼, 아니 논리적으로 설득당하지 않을만큼 나에게, 우리에게 지식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입니다. 신친일파들의 글과 책도 나름 학술서스럽게 쓴 것들이 많아서 그냥 읽다보면 아 뭔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거 틀렸습니다. 뭔가 없습니다. 벽돌을 쌓는다고 다 집이 아니고 fact를 모아 놓는다고 다 역사책이 아니듯, 신친일파들의 주장은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일 뿐이라는 결론을, 이 '신친일파'를 통해 다시 한 번 내리고 무장을 해야 합니다. 조금 더 강하게, '신친일파'는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머리 속에 정리되지 않고 떠돌던 '강제징용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에 대해서 기초를 다지고 친일파들의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2. '신친일파'라는 책은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과 논거들을 반박하기 위해 나온 책 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가장 '짜증나는' 글쓰기가 뭐냐면 상대방이 내놓은 논거 및 그에 기반한 논증을 반박하기 위해 써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 책을 읽은 개인적인 소감이자 결론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나와서는 안 될 책'이 나와서 '나올 필요가 없는 책'이 나왔다" 입니다.
동일한 논거를 가지고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는 서로 토론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것도 많구요. 하지만 사실을 입맛에 맞게 골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왜곡하는 글을 쓰고 그에 대해서 반박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10만 부 정도가 팔렸고 일본에서 3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책 입니다. 문제는 이 대박이 거짓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입니다. 일본 우파, 골수 우파가 주장하는 내용을 친절하게 한글로 옮겨서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주장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거나 빼뜨리거나 왜곡했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 "'나와서는 안 될 책'이 나와서 '나올 필요가 없는 책'이 나왔다. 그런데 '나올 필요가 없는 책'이지만 반드시 읽고 재무장해야겠다"입니다.
3. 개인적으로 일본 우파나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거짓을 말하거나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구나라는 '느낌적인 느낌'만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느낌적인 느낌을 구체적으로 반박할 만한 부지런함과 사명감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너무나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냥 지나가면서 기사 및 칼럼 정도로만 접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이 '반일 종족주의'는 그 정도를 넘어 섰습니다.
일본 우파 및 극우주의자들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 입니다. 그들의 조상이 잘못한 부분을 다 인정하고 매번 잘못했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연장 선상에서 신/구 친일파들에게 분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국민들을 밟아 뭉갰고 계속 뭉개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친일파'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정확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발간 배경이자 뉴라이트 및 신친일파들의 행동 및 사고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신친일파는 일본이 제대로 사죄를 하고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을 때, 그 후에 전개될 진상 규명으로 자신들이나 선조의 친일 행각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신친일파, 뉴라이트 등 일본 우익 사관을 그대로 추종하는 이들) 의도는 일본 극우세력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모임’같이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결국 본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 입니다. 그 기저에는 아마도 99.9% 돈이 있겠지요?
4. 저자인 호소카 유지 교수님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고, 심적인 고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작업을 한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