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명관 작가의 중단편 소설집입니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유쾌하다가 살짝 불편하기도 합니다만 재미있는 책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읽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집입니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유쾌하게든 찜찜하게든, 기분 좋게든 나쁘게든 경험하게 해준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가요 작품집입니다.
2. 천작가님의 소재 선택 능력과 그 소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가적 상상력은 굉장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을 밀어 붙여서, 갈데까지 가게 하는 뚝심과 멘탈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용기', 캐릭터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용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천작가님은 장단편 가리지 않고 그 능력이 출중한 작가임을 보여 줍니다. (그 용기가 극한까지 도달해서 분출된 작품이 '나의 삼촌 브루스 리'입니다)
문장 자체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읽힙니다. 사실 이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이 읽기의 즐거움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훌륭한 문장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는 하나 결국 얼마나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작가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천작가님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쪽 일을 많이해서 그런지 천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면 영화처럼 이미지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영화로 만들거나 연극으로 올려도 재미있겠다라는 생각도 종종 하고요.
3.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생각한 부분은 외국인들(유명인들을 포함해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썼다는 것입니다. (얼핏 독특해 보이나 전에 소개한 '모스크바의 신사'도 미국인이 러시아 인을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니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재미있기만 하면 되죠) 이 작품집 안에 '유쾌한 하녀 마리사'(유럽 작가 부부), '프랑스혁명사 - 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토마스 칼라일과 존 스튜어트 밀)', '더 멋진 인생을 위해 - 마티에게'(미국 조폭. 마티는 마틴의 애칭입니다, 마틴 스코세지를 지칭합니다)'까지 3편입니다. 그런데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