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병으로 죽는 경우가
그 반을 차지하지 못한다
『비내(備內)』
# 사장님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가진 사람들(그게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은 기본적으로 겁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읽을 것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예를 들면 자존심 같은 것도 포함됩니다. 그러다 보니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변에 적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옛날 임금들의 죽음의 원인 중 질병은 반도 안 된다는 한비자의 언급처럼 권력자들은 늘 언제 어떻게 죽을까 두려움에 떨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의 사장님, 오너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만큼 소중한 본인의 자리가 언제 어느 순간에 공격받아 없어질지 모르니, 늘 두렵고 떨릴 것입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욱 막강한 윗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다뤄야 할 밑에 사람들도 더욱 많아지니까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만, 사장님들도 옛날 군주들처럼 생명의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리의 위협'은 늘 느끼고 살지 않을까요? 조금 섬뜩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등 뒤에 칼이 있는 심정으로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 등 뒤로 날아올지 모르는 날카로운 칼 말입니다. 지금이야 내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내 눈치 보면서 앞에서는 '예', '예' 거리고 있지만 누가 언제 배신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올라갈수록 내 위보다는 밑이 더 많아지니, 경계의 대상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내 자리를 위협하는 이들이 대부분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근거리에 있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기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사를 건 전투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기업 조직에서,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게 본인에게 가장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상황이라면, 조심성이 많아지고 겁이 많아질 수밖에 없겠지요.
# '군주의 죽음을 이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군주는 위험하게 될 것이다(『비내(備內)』)'라는 한비자의 말을 현대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사장이 없어지는 것을 이익으로 생각하는 사람(즉, 경쟁자)이 많아서 사장 자리는 항상 위험하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전무 승진을 대거시키면서 회사 측에서 내놓은 멘트가 재미있었습니다. '전무급 인력을 대거 승진시켜 차기 CEO군을 두텁게 했다'는 것이었는데요, 사장 인사를 내고 바로 이어서 전무급 승진 인사를 내면서 하는 얘기가 '니 뒤에 이을 사람 많다'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사장 밑의 임원들은, 전부 다는 아니겠으나 잠재적으로 CEO 후보군입니다. 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밑의 팀장들은 이론상으로 언제든지 자기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지요.
# 그래서 사장님은 늘 건조하고 딱딱하고 위압적이며 권위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비자는 '신하와 군주 사이는 형제 같은 친근함이 없다( 『난 사(難 四)』)'고 했는데 본질적으로 사장님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 다툼에 형제자매 구분이 있던가요? 오히려 더 처절하지 않았던가요?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제자매간에도 돈과 권력이 걸린 문제면 살생도 서슴지 않는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과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래서 사장님은 자신의 이익과 부하들의 이익이 다르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사장과 동급으로 생각하는 부하에게 위협당하거나 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권위적이고 때로는 고압적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밖에요. 그래서 다음의 한비자의 말을 사장님, 오너님들은 배우던 배우지 않던, 늘 몸과 마음에 새기고 사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부하들에게 틈을 주면 안 됩니다.
신하와 군주의 이득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자는 왕이 되며
같다고 여기는 자는 위협받으며
일을 함께 하는 자는 살해당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공과 사의 구분을 살피고
이해의 소지를 살펴서 간신이 끼어들 데가 없게 한다.
『팔경(八經)』
# 회사 내에서 고위 직급 들일 수록 디테일에 굉장히 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그렇게 챙겨야 일이 잘 진행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작은 부분에서 구멍이 생기면 본인 자리가 어이없이 없어질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는 많아도 커다란 바위에 부딪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사장님들은 '정보'에 목말라합니다. 그리고 디테일한 사실들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산에서는 넘어지지 않으나 개미무덤에 넘어진다고 한다.
산이란 것은 크므로 사람이 조심하지만 개미무덤은 작으므로
사람이 그것을 얕보기 때문이다
『육반(六反)』
특히 전문 경영인들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다는 아니겠습니다만, 틈만 나면 팀장 이하 실무자들하고 밥 먹으려고 하고 얘기하려고 하고, 심지어 무슨 데이 등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만나려고 합니다. 특히 임기 초반에 그런 일들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임원들이 해주는 얘기만 가지고는 성이 안 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장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알아야 궁극적으로 임원들에게 뒤통수 맞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공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게, 신임 사장이 오고 나서 몇 달 정도는 이런 행사를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횟수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 아예 없어집니다. 필요한 것들을 다 얻었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