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기본 심리 : 불신과 두려움

혈육 간에도 믿을 수 없는데 하물며 부하직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by 생각창고

# 흔하다 못해 식상한 얘기입니다만 최근 모 대기업에서 후계자 선정 문제로 진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는데, 딸이 동생에 지분을 넘긴 아버지의 결정이 자발적 결정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성년후견'(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인 제약을 받아 업무를 변별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에게 법원에서 성년후견인을 지정하여 보호와 지원을 받도록 하는 제도) 신청을 한 겁니다. 쉽게 얘기하면 아버지가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 같으니 법원에서 다시 판단해달라는 겁니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아버지가 정신이 이상한 것 같으니 다시 한번 판단을 해달라고 딸이 법원에 신청을 한 것입니다. 물론 아버지는, 매주 골프도 치고 운동도 매일 하고 있다며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딸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 1도 없다고 바로 대응을 했고요. 부모 자식 간에 이 사람이 정상인지 아닌지 법원에 판단해 달라고 시비가 붙은 것입니다. 너무 자주 일어나서 우리의 감각이 무뎌져서 그렇지, 이건 사실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아버지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딸이라...


춘추(春秋) 기록에 의하면 신하가 군주를 살해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죽인 일들이 수십을 헤아린다.
모두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라 점점 쌓여서 이른 것이다.
무릇 간악한 일이란 오랫동안 행하여져 축적을 이루고
축적이 이루어져서 세력이 강해지며
세력이 강해져서 능히 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그것을 일찍 잘라 버린다.
『외저설 우상(外儲設 右上)』


# 역사를 돌아보면, 돈과 권력 때문에 친족,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죽인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물론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기존에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 원인 제공을 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부하들은 어떻겠습니까? 사용주(임금, 사장님 등) 입장에서는 언제든 이 친구가 나를 배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늘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군주 및 경영인은 부하들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싹수가 이상하면 잘라 버리는 겁니다. 사랑과 애정, 상호 간에 믿음, 이런 말랑말랑한 얘기는, 특히 큰돈과 권력이 오가는 곳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서로 틈이 보이면 언제든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머니가 애정을 가지고 집안을 보존할 수 없는데 군주가 어찌 애정을 가지고 나라를 지탱하겠는가(『팔설(八設)』)'라는 한비자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쉬우며 정확한 얘기입니다. 불신과 두려움,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 믿고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믿는 순간, 비극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사장님은, 오너님들은, 정치인들은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믿는 순간 뒤통수 맞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지요. 아마 조직에서 가장 위험하고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이 '나만 믿어', '나 믿고 이번엔 이렇게 가자'라고 말하는 높은 사람일 것입니다. 메일이나 서류 등 근거를 남겨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절대 그렇게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나 못 믿나?' 같은 전혀 도움 안 되는 말만 날릴 뿐이지요. 말은 사라지거든요.


군주의 화는 다른 사람을 믿는 데서 생긴다.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 사람으로부터 제압받게 된다.
신하는 그 군주에 대해 혈육 간의 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권세에 매어서 어찌할 수 없이 섬기는 것이다.
『비내(備內)』




군주가 모두를 적으로 대처하면
간악한 신하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저설 상(內儲設上) 칠술(七術)』



# 이런 정글에서 사장님이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 모두를 불신하고 모두를 경계하며 모두를 적으로 간주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믿는다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우고(그렇다고 의심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늘 관찰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눈과 귀를 많이 만들어 놓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힘을 늘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게 돈이든 권력이든. 사장님들은, 권력자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니 유전자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버지 정신 감정해달라고, 또는 부모 자식 간에 칼을 겨눌 수 있는 멘털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에 걸맞은 교육과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난 결과인 것입니다. '바로 현명한 군주란 남이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믿지 않고 내가 배반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으며 남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고 믿지 않고 내가 속임 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습니다.

(『외저설 좌하(外儲設 左下)』'라는 한비자의 말을 사장님과 오너님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절대로 남에게 속지 않겠다, 배반당하지 않겠다는 굳은 멘털을 가지고 하루하루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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