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일을 직접 하지 않는다

by 생각창고


현명한 군주는 윗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며
신하들은 아래에서 부들부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주도(主道)』


# 현명한 사장이라면, 직접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본인이 직접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부하들은 부들부들 늘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사자 등 육식 동물을 주변 먹잇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아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하품하고 있는 순간일 것입니다. 방금 뭐 한 마리 잡아먹고 배가 불러 하품만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제 기지개를 켜고 사냥감을 찾아 나서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는 그 순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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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하품하고 있는 순간인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배가 부른건지, 무료한 건지...


위에 있는 자가 장기를 앞세우면
모든 일에 균형을 잃는다....
자기 자랑이 심하고 자기의 능력을 믿으면
아랫사람에게 속임 당하기 쉽다
『양권(揚權)』


# 역사상 뛰어난 군주라고 칭송받았던 군주들의 공통점은 ① 자신의 재능이 뛰어났고 ② 지독한 공붓벌레였으며 ③ 하나하나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했다 정도일 것입니다. 사장님들 가운데도 디테일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전문 경영인들이 많습니다. 즉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많이 알아야 합니다. 위에 계신 그 한 분이 언제 어디서 뭘 물어볼지 모르거든요. 사실 전문 경영인들은 일반 사원들과 업무량이 별반 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일본 만화인 '시마 사장'에서 주인공 시마가 '직급이 올라갈수록 휴가일수는 반비례한다'는 얘기까지 하겠습니까.


그런데 진정한 자본가라 할 수 있는 우리 오너님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드러내어 과시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습니다. 요즘에는 자신을 활발히 드러내면서 SNS 등을 활용해서 스스로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이건 다시 인간 본성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본인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장님 및 오너님들은 아마도 위의 한비자의 구절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사장이 뭐든 잘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끌고 가며, 스스로의 재능을 너무 드러내고 과시하면 결국 모든 일이 균형을 읽게 되고 떼로 덤비는 부하들이 결국 이를 빌미로 속이려고 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한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은둔형의, 본인 의견을 절대 말하지 않으며 본인이 절대로 직접 움직이지 않는 사장님이 가장 탁월하고 현명한 사장님입니다. 일은 결국 부하들이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어쩌다 사장님과 식사할 때 얘기를 하다 보면 주로 신변잡기 관련된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일에 대한 재능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그런 부분에 재능을 드러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자기 재능을 기본으로 사장 노릇을 하면, 사실 조직 관점에서도 손해입니다. 아무리 한 사람, 즉 최고 경영자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집단지성에는 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접 표현을 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계속 더 나은 무언가를 부하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늘 배고픈지 배부른지 알 수 없는 사자의 하품을 계속해야 합니다.


군주는 정사를 스스로 맡아하지 않고
그 일이 잘 되고 못된 것만을 분간하며
계략을 스스로 짜내지 않고
복과 재앙의 조짐만을 알아낸다.
그러므로 군주가 말을 하지 않아도 신하가 잘 응하며
약조를 하지 않아도 일이 잘 진척된다.
『주도(主道)』


결정적으로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본인의 재능을 뽐내는 것이, 본인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하들이 자신의 마음을 일고 속사정을 알아차리면 그게 빈틈이 되고, 옛날 왕정시대에는 역모의 빌미, 왕좌를 내놓을 사안이 되기도 했고 요즘 조직 사회에서는 자리를 빼앗기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질의 군주는 자기 능력을 다하고
중질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다 쓰며
상질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다 쓴다.
이런 까닭으로 일이 생기면 지혜를 모아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듣고 공론에 부친다.
『팔경(八經)』


# C급 사장이 되느냐 A급 사장이 되느냐는 결국 '자기'가 하느냐, '남'이 하게 하느냐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A급을 꿈꾸겠지요. 그런데 본인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그 자리까지 간 사람은 한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한 A급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A와 B의 중간이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전문 경영인들이라면 말이지요. 그럼에도 사장님들은 끊임없이 일로 부하들을 시험합니다.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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