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장님은, 모든 것을 통제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말이지요

by 생각창고

# 어차피, 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는 법, 사장님은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남의 신하 된 자는 군주의 마음속을 살피느라 잠시도 쉬지 못하지만
군주 쪽은 게으르고 오만하게 그 위에서 처신한다
『비내(備內)』


사실, 손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쪽은 부하 직원들입니다. 사장님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그냥 바지런히 움직일 수밖에요. 본인이 한 일의 결과물이 사장님의 속내와 맞아떨어지면 상을 받는 거고, 아니면 아무리 사심 없이 열심히 해도 혼이나 안 나면 다행이지요.(요즘 조직에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즉, 사장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그 자리를 지키고 '내가 다 보고 있고 다 알고 있다'라는 자세만 취하고 있어도 모든 것을 주도하고 관리하며 통제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그냥 '게으르고 오만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됩니다.


군주는 허정(虛靜)의 자세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신하의 허물을 알아차린다.
보고도 못 본척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알고도 알지 못하는 척한다.
『주도(主道)』


그래서, 부하들은 늘 불안합니다. 사장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몰라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인지, 다 아는데 별 문제가 없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방에 보내려고 뜸 들이는 중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십중팔구, '보고도 못 본척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알고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때를 보는 것이지요, 사장님 입장에서 임팩트 있게 언급할 때를. 그게 칭찬이건 허물을 지적하는 것이건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반작용으로 부하들은 호시탐탐 사장님에게 한마디라도 얘기할 기회를 얻고자 노력합니다. 계속 본인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누군가가 사장님과 독대하며 보고를 했다느니 같이 식사를 했다느니 하는 소문은 늘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몰고 다닙니다. 그 직원은 최소한 사장의 속내를 확인할 기회를 한 번은 얻은 것이니까요.




현명한 군주의 길이란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하여
그것을 근거로 일을 결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주로서의 지혜가 막다른 데 이르지 않는다
『주도(主道)』


사장님의 최고 덕목은 부하들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게 하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끄집어 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본인의 속내를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됩니다. 그러면 그 이상 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만큼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계속 조금씩 더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장 본인의 역량을 더욱 키워 가는 것입니다. 부하의 성과는 나의 성가, 부하의 역량, 지식, 지혜는 곧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본인이 똑똑하고 역량이 뛰어나서 탁월함을 과시하는, 즉 자신의 원하는 것을 드러내는 사장님들은, 한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잘해야 B급인 것입니다.

이전 17화사장님은 일을 직접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