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by 생각창고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기다려
신하로 하여금 어떤 명분을 스스로 대게 하고
일이 저절로 정해지게 한다

군주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바라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면
신하 자신이 잘 보이려고 꾸밀 것이다.

군주는 자기 의사를 표시하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자기 의사를 표시하면
신하 자신이 남과 다른 것을 표시하려고 할 것이다.
『주도(主道)』


# 내 뜻을 알아맞혀 봐!!!

모든 사장님들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일부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 만들어서 가지고 가면 '왜 내 뜻을 몰라?'라는 마음이 담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음에 안 들어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가져올 때까지 절대로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습니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밤하늘에 달을 가리키는 것 같아 달을 따 가지고 갔더니 왜 달을 따왔냐며, 내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그 옆에 반짝이는 이름 모를 별이었다고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이지요.(이쯤 되면, 거의 연애할 때 밀당 수준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본인의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요?


첫째, 본인의 선호를 밝히면 부하들은 그쪽으로 동네 조기 축구하듯이 거의 대부분이 저쪽으로 공이 가는가 보다 하면서 우르르 몰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게 사장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잘 보이려고 꾸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실제로 안 될 일인데 되는 방향으로 일을 몰고갈 가능성이 거의 100%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한 임원분은 사장님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죽기 일보 직전까지 본인 목을 스스로 조를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시장 상황 고려하지 않고, 사장이 한마디를 뱉으면 그대로 시행을 했습니다. 그만큼 사장님의 말 한마디가 무서운 것이지요.(이 임원의 사장님 말씀대로 하기의 결정판은 사장님이 왜 강남에서 안 사냐고 임원들에게 얘기하자 얼마 후 강남으로 바로 이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둘째, 본인이 직접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겁니다. '나는 도저히 당신들이 가져온 계획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내 의사와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굳이 하겠다고 하니 한 번 그대로 하되, 결과에 책임지세요.' 본인이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흔적이 조금만 남아도 책임은 오롯이 사장이 져야 하거든요. 부하들 문책할 수도 없습니다. 왕(사장)의 자리는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신하(부하)의 결정을 허락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입니다.


셋째, 부하들이 최선을 다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두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얘기입니다. 본인들이 결정했으니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하겠지요. 어차피 사장님은 상과 벌만 잘 활용하면 됩니다. 간단하면서 효율적이지요.


다시 한번 명심할 내용이 이것입니다. 사장의 자리는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옛날의 왕들이 그랬고 지금의 사장님, 오너님들이 그렇습니다. 부하들의 결정에 대해 마지못해 허락하고 궁극적으로 그 책임을 묻는 자리입니다. 사장님은 책임을 져서 사장 자리에 간 것이 아닙니다, 성과를 내서 그 자리에 간 것입니다.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야.
신하들의 결정을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야'
영화『사도』, 영조의 대사 중에서





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

군주가 자기 의욕을 겉으로 드러내면
신하들은 자신을 꾸미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병(二柄)』


# 속을 보이지 마라, 그래야 살 것이다.

사장님들은, 특히 오너들은 드러내 놓고 화를 잘 내거나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것 자체가 빈틈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본인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부하들은 사장님을 사랑하고 존경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일정 부분 충족시켜 주니까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틈만 보여도 그 틈을 파고 들어서 본인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장님은 본인의 호불호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것입니다. 본인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부하들은 결국 본인들의 밑천을 다 드러낼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장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서 어필할 수밖에요.


부하들은 사장에게 끊임없이 드리댑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장이면 책을 열심히 읽은 후 선물하고, 와인 좋아하는 사장이면 공부해서 열심히 그걸로 틈만 나면 스스로를 어필합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문을 틔워놓고, 그다음에 본인의 이익에 관련된 것들을 얘기할 틈을 노리는 것입니다.


또한 군주란 자는 신하가 겉꾸며 보이는 대상이다.
호오(好惡)가 드러나면 신하들이 간악한 일을 분식하여
그 군주를 어리석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난 삼(難 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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