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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다

도시의 승리 - 에드워드 글레이저

by 생각창고


매달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에 모여들고 있으며,
2011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도시에 산다


'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려는 야심 찬 책입니다. 저자의 논지를 초지일관 끌고 가는, 일관성이 탁월하기는 합니다만 그 장점이 단점이 되어 빈틈 및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제한된 분량의 책에 모든 얘기를 다 담을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조금 더 꼼꼼하게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주장을 초지일관 힘을 잃지 않고 써 내려간 점은 박수를 쳐줄만하고요, 전체적으로 좋은 책입니다, 한번 정도 읽어볼 만합니다.




- 기업들이 도시에 머물면서 비싼 인건비와 토지비를 감당하려는 유일한 이유는 도시가 그런 비용을 상쇄하는 생산성의 이점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도시의 빈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점도 많이 있다. 도시는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즉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 다른 장소들로부터 도시로 들어온 가난한 사람들은 미쳤거나 오판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도시가 그들이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이점들을 제공해준다고 보기 때문에 도시로 몰려든다.

- 리우데자네이루의 슬럼가가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는 그곳의 생활이 변화 없는 시골의 가난한 생활보다 낫기 때문이다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그곳의 생활이 도시가 아닌 지역보다 더 낫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요. 서울 및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수도권 인구가 50%가 넘었다고 하더군요) 그곳의 생활이 다른 곳에 비해 더 낫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의 선택은 ① 수도권을 온갖 규제를 가지고 때려잡아서 사람들이 못살게 하거나(단기 정책) ② 수도권을 잘 연구해서 타 지역들도 비슷하게 바꿔 가거나(장기 정책), 이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전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수도권 이외 지역들의 개발 및 활성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이니 정치하는 이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임기 내에 승부를 보기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쉬운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지요. 장기적으로 개선하고 발전하는 것은 어려우나, 하지 말라고 찍어 누르는 것은 반대편에게 정신승리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정치적으로 아무래도 더 유리할 것이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심지어 이렇게 얘기합니다 : 도덕적으로 올바른 분노가 현명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 아이디어들은 혼잡한 도시 공간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파되며, 이런 교환은 이따금 인간의 창조성에 힘입은 기적들을 창조한다

- 도시는 오랫동안 한 가지 똑똑한 아이디어가 다른 똑똑한 아이디어들을 생산하는 지적 폭발을 창조했다

- 성공한 도시들은 항상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개성 있는 고유 공간을 정의하는 인간 에너지의 보고 역할을 한다


도시가 가지는 최고의 경쟁력은 '모든 것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그것들이 걸러지고 집약되어 말 그대로 지적 폭발을 일으키는 최적의 장소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폭발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성공하면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인간의 창조성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장소인 것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생각나는군요. 아이작 뉴턴의 그 유명한 사과나무 일화는 시골에서 탄생했습니다. 중력을 발견한 역사적인 장소가 시골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시골에서 뉴턴이 연구할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당시 런던에 흑사병이 돌아서 하는 수 없이 내려갔던 것입니다. 약간 억지를 부려보면 물건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은 시골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니 런던에서 연구를 계속했어도 언젠가는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혼자서 조용히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도시가 줄 수 있는 집약된 지식과 집단 지성의 힘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 인프라는 종국에는 쓸모없게 되지만 교육은 한 똑똑한 세대가 다음 똑똑한 세대를 가르치면서 영속성을 갖는다

- 교육은 지역의 경제 전망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당한 사회를 창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이 어른이 돼서도 부유하게 살도록 돕는 단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방법이다.

- 물리적 인프라보다 인적 자본이 어떤 도시들이 성공하는지를 훨씬 더 잘 설명해준다


결국 중요한 것이 사람이고, 사람에게 제대로 투자해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검증된 수단이 바로 교육입니다. 교육을 받아야 그나마 사다리를 타고 더 나은 삶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도시입니다. 좋은 학군, 입지 따지는 사람들 욕할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다 바보는 아닙니다. 살아보니, 역사를 보니, 교육을 가능한 좋은 환경에서 잘 받으면 그나마 내 자녀가 최소한 나만큼은 살겠구나라는 몸부림과 절규의 표현입니다.


사업도 사람이 하고 돈도 사람이 벌고 쓰는 것도 결국 사람이 씁니다. 이 모든 것의 기반에 인적 자본이 있고, 그 가장 근간에 교육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에 최적화된 곳이 바로 도시입니다. 오죽하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자녀들에게 가능한 한 서울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겠습니까.




- 도시의 혁신이란 단순히 새로운 유형의 공장이나 금융 상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요리와 놀이도 의미한다

- 새로움이란 것 자체가 명품이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부유해지고 불평등해질수록 대도시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새롭고도 고급스러운 경험을 계속 느껴보기 위해서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난다


가능한 즐겁고, 편하고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대도시는 이 부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특히 부를 소유한 사람들은 새롭고 즐거운 것이 얼마든지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즐겁기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몸과 마음이 휴식을 취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도시 생활에서의 전투를 감당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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