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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다

밤 산책 - 찰스 디킨스

저널리스트 찰스 디킨스, 시대를 기록하다

by 생각창고

오래전에 디킨즈의 산문집을 읽고 네이버에 올렸던 글이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디킨스의 소설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의 작품을 먼저 논하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잠시 미루고 지독할 정도로

꼼꼼한 그의 산문부터 먼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찰스 디킨스(1812~1870)

* 한줄평 : 저널리스트 디킨스, 소설 같은 시대를 기록하다 ★★★☆


예술사학자인 아르놀트 하우저는 그의 저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찰스 디킨스를 최초의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잘 들 아시겠지만 디킨스 소설 최고의 장점은, 디킨지안(dickensian)이라고 불릴 만큼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섬세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다양한 인간상을 그리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가 훌륭한 저널리스트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대의 유명한 기자였으며 신문 및 잡지의

발행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의 에세이 모음집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충동 구매했는데 (개인적으로 디킨스의 광 팬입니다^^) 에세이를 넘어서 시대의 기록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좋은 기사

모음집이요 산문집입니다.


디킨스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적인 시대상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의 어두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되 ‘사람’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작품을

써내려 갔는데요, 특히 현실에 대한 묘사는 거의 독보적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정말 묘사를 잘한다, 생생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찌 보면 그의 작품들이 그 정도의 사실성을 보여 준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대의 모습들을 정말 생생하게 기록했는데 그냥 사진으로 찍은 듯, 읽다 보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그 풍경이 그려질 정도입니다.


정말 많은 다리품을 팔고, 심지어 불면증에 시달리던 시기조차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소재를 모으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떠나서 정말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의 영역이지 뮤즈의 영역이 아니라는 훌륭한 예시가 되어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등 그의 모든 작품의 기반에는 노력하는

저널리스트로서 디킨스의 수많은 땀과 수고가 배어 있습니다.


시대를 주인공으로 삼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시대를 정말 잘 알아야 하기에 어쩌면 이런 수고는 피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은 분노도 느끼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빈민아동들을 위한 병원을 방문 후 기록한 글의 일부입니다.

분노를 느낀다는 것, 그를 위한 정신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분노할 기운조차 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그 유명한 웰링턴 공작의 장례식을 당시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이용했는지를 생생하게, 풍부한 예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죽은

이들과 병 중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못하는 요즘 세태와 별 반 다를 것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온전한 사람도 꿈을 꾸니, 밤에는 온전한 사람도 미친 사람과 매한가지 아닐까?


모르는 게 없는 전능하신 신께서 하루의 수명이 다한 것을 '잠'이라고 이름 붙이셨다면, '꿈'은 하루의 온전한 상태를

끝내고 미친 상태가 된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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