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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by 생각창고
성석제(1960~)

네이버에 올렸던 감상문입니다. 성 작가님의 단편은 언제나 독특하고 재미있고 울림이 있습니다. (장편은,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습니다만(투명인간) 단편들에 비하면 좀 평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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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독특한 소재를 비범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잘’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 ★★★★


1. 개인적으로 성석제님의 단편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유머러스함이고 둘째는 소재의 독특함이며, 셋째는 개성 있는 문체 때문입니다. 특한 소재를 맛있고 재미있게 버무려 내는 솜씨는 정말 대단합니다. 만약 직접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진다면 소재들은 어떻게 찾아내고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작품을 써야겠다고 결정하기까지의 프로세스(?)를 한 번 직접 묻고 싶습니다.


전에 읽은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에서는 꿩을 소재로 인간세상을 투영하는 작품도 하나 있었습니다만, 이 분의 소재 선택 및 선택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풀어가는 솜씨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2. 무언가 심오한 이야기를 하고나 철학적으로 무거운 화두를 던지지는 않습니다만 성 작가님은 소위 말하는 무게 있는 작품들 및 작가들에 못지 않게 진한 울림을 주는 소설들을 써내는 분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 범상치는 않은데(비범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 하나씩은 다 모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을 스피커로 활용해서 인생과 이 세상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한다고나 할까요,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들을 비범한 문장으로 멋지게 표현해서 읽는 내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유머러스하다고 계속 강조를 했습니다만 문장의 깊이와 내공은 정말 대단합니다)


잘생긴 것의 기준은 잘생긴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많았다. 어쩌면 자신이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았을 수도 있다.


안개는 무엇이든 숨겨주고 허물을 가려줄 것 같지만 막상 그 속에 들어가면 선뜩하도록 차갑고 매정했다.


스포츠라 하니 도대체 경마장에서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일단 눈 운동, 입 운동, 팔 운동이라고 해두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형광등처럼 껌뻑껌뻑 명멸하더니 얇고 네모진 심연 앞에그리고 앉은 나를 환하게 밝혀왔다.


학철이 지역이 아닌 대도시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것이 월급쟁이가 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아버지가 벽돌공장의 소유자다.


3. 성 작가님의 단편집을 읽은 후 위화의 단편집도 한 권 읽었는데요(‘나는 이름이 없다’), 전에 읽은 ‘허삼관 매혈기’만큼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마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주네요, 그의 단편들은.


성 작가님의 단편들이 이렇게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인생과 세상살이를 보는 눈에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이 인생을 표현하고 그 인생을 ‘읽은’ 사람들은 다른 인생에 도전받고 응전하게 되는, 그런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성 작가님의, 특히 단편들은 꾸준히 읽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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