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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그의 첼로 소리에는 정말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습니다.

by 생각창고

* 한줄평 : '노력'이라는, 가장 훌륭한 재능을 갖췄던 천재의 삶 ★★★★


1.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연주곡 음반 등으로 현재까지도 각광받고 있는 첼로의 거장입니다.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한치의 빈틈도 없는, 마치 극사실주의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악보 및 거장들에 대해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 당대의 장인입니다.


2. 스스로를 육체노동자라고 이야기할 만큼 치열하고, 그리고 꾸준하게 연습했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무대에 설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답답하다 싶을 만큼 꼼꼼하고 형식을 중시하는 연주를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연습벌레였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오직 연습 밖에 없었겠죠.)


기교는 거의 없는, 섬세하다기 보다는 조금은 딱딱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건조하면서도 질리지 않은데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음악에 대한 정의를 빌면 한 땀 한 땀 소리를 정성스럽게 조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대의 유명한 음악가들과 함께 많은 연주를 했고 젊은 음악가들의 발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스스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해서 지역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도 했고 클래식의 보편화 및 대중화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연주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많이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수식어이겠습니다만,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해지길 바라며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한 음악가입니다.


3. 장수한 만큼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은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스페인에 속해 있으나 독자적인, 수준 높은 문화를 발전시켰던 카탈로니아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을 살았으며, 프랑코 독재 정권에 항거, 30년 이상을 그의 조국을 떠나 망명객으로 살았습니다.

스페인 국왕을 만나서도 공화주의자임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등 본인의 정치적인 소신도 뚜렷한 사람이었고요, 평생을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만) 평화주의자로 살았지요.


4. 사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의 낙관주의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많았지만 낙담하거나 힘들어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 극복해내지요, 배울 점입니다.


요즘같이 몸도 마음도 건조하고 힘들 때, 카잘스의 첼로 연주를 잔잔하게 틀어놓고 창 밖을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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