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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륙작전 1~6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by 생각창고

인천 상륙작전 1~6, 윤태호, 한겨레 출판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몇년전 집에서 광복절 기념 불꽃놀이 '소음'에 시달리던 중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네, 정말 시끄러웠습니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녹음기를 틀듯이 친일 잔재 청산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빈궁한 삶이 언론에 재탕삼탕 도배가 되는데요, 언론의 질타나 사람들의 비판도 친일 및 기타 풀지 못한 역사적인 과제에 대해 해결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역사 및 정치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뭘 알아야 대응을 하겠지요, 불꽃놀이에 감탄하지 않고.


부와 권력은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두려워한다고 믿게 만들 뿐이지요. 다만 그들 자신의 실수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지 않을까만을 걱정할 따름이지요.(어쩌다 보니 서두가 너무 기네요;;)


인천 상륙작전의 상징인 아주 유명한 사진이죠.

* 한줄평 : 만화의 형식을 빌린 역사서, 가슴이 아리도록 무섭고 아프다 ★★★★☆


1. 역사를 보는 눈은 결국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려 있습니다. 우선 사실이나 사실이 아니냐를 인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설령 사실로 인정했다손 치더라도 그 사실을 어떤 맥락, 즉 어떤 시대적인 context로 읽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또 남습니다.

이 해석의 부분에서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그 흔하디 흔한 이념논쟁의 도구로 이 작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훌륭한 작품이기에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드는 것 같습니다.


웹툰으로 먼저 정주행 했습니다만 책도 하나씩 사모으고 있습니다, 그만 한 값어치가 있네요.


2. 사실, 이 책은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선 인천 상륙작전, 즉 6/25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상당 부분을 할애해서 일본 강점기 말기의 역사를 설명하는데요, 역사를 서술하기로 결정하면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남는데 윤 작가께서는 - 물론 전문가들의 견해와 참고서적에 의존하셨겠지만 - 일제 말기 및 이후의 혼란한 해방정국에 대한 세밀한 설명을 통해서 사전 포석을 상당히 촘촘하게 짜 놓고 시작하십니다.


이 장치는 아마도 의도적인 선긋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인천 상륙작전을 그리는데 있어서 단순히 전쟁의 한 부분으로 묘사하거나, 일정 인물들의 영웅적인 행적'만'을 부각하는데 지면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언이며 만화의 형식을 빌리되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역사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외침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3. 다음으로 개인적으로 주목한 것은 서술방식입니다.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에 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시대에 벌어졌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중심에 놓고 그들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냉정하면서도 과감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밀어 붙입니다. 중간에 한참 동안, 너무 무섭고 떨려서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미시적인 접근 및 방법론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중심 잡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파토스가 너무 강하게 작용해서 사실이 오히려 희미해지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인물들'이라는 '프리즘'이 역사적인 사실을 얼마나 적절한 넓이와 깊이로 표현해 줄 수 있을지, 모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윤 작가님은 시종일관 냉철하게 - 이념적으로 또는 선악의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 철저하게 사료에 의지해서 가능한 사실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합니다.


4. 니체를 모릅니다만 그가 정립한 '권력에의 의지'라는 개념이 이 글을 쓰는 동떠올랐습니다. '자기 생존의 유지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를 설명했는데요, 거의 정확하게 이 작품을 요약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인들이나 일반인들이나 자기 생존의 유지를 위해 투쟁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정말 무섭고 떨리는, 생각지도 못한 파급효과 및 비극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5. 윤 작가님의 작품을 개인적으로는 크게 캐릭터가 강하거나(이끼) 또는 스토리의 힘을 믿고 뚝심 있게 가는 것으로(미생, 그리고 이 인천 상륙작전) 구분합니다. (최근 연재가 끝난 '파인'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미생이나 이 작품이 독창적이면서 강렬한 캐릭터를 기대하며 읽을 수 있는 문학작품 및 역사서는 아닙니다. 하지만, 역사서에 적용하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이야기한 '캐릭터보다는 구성'이라는 원칙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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