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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Nov 07. 2020

닭은 아직도 남아 있나요?

유태인 유머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닭을 키우던 유태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닭 전염병이 돌아서 매일 수십 마리씩 닭이 죽자 랍비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묻자 랍비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닭장에 향초를 켜고 하나님께 기도하세요".

이 유태인은 시키는 대로 초를 켜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만, 오히려 죽는 닭의 숫자는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다급해진 그는 랍비를 다시 찾아가서 해결책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성수를 닭장 곳곳에 정성스럽게 뿌리고 기도하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키는 대로 정성스럽게 했습니다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금식하면서 기도하고 닭장을 깨끗이 청소하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절망한 그는 다시 랍비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랍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결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닭은 아직도 남아 있나요?


   초딩 시절 유태인 유머집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생각나는 대로 옮겨 봤습니다. 어릴 적 읽을 때는 생각 없이 그냥 웃어넘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생각할 거리가 좀 있네요.


   1. 이 시대의 선생님, 조언자들은 책임감이 좀 있어야 합니다.

   유태인들에게 랍비는 선생이요 인생의 조언자입니다. 그러니 닭 키우는 사람이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할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랍비의 대응은 가관입니다. 저렴한 말로 그냥 막 질러 댑니다. 본인 재산이 피해 보는 것 아니니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를 사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소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잘 모르겠어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조언해주는 전문가에게는 말 그대로 남의 일이겠지만 자문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응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과 문서의 성찬보다는 진지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듣는 이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듣고 질문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만...


   2. 정책 입안자들은 '닭이 아직도 남아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면 안 됩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거나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특히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예가 20회 이상 발표된 최근 부동산 대책인데요, 대책이 계속되는데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이 반응하고 있어서 소기의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제발 물어보지 않을 테니 아무 대책도 내지 말라고 아우성입니다. 닭 전염병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처방전도 내지 말아 달라는 말입니다. '이것저것 내다보면 하나 얻어 걸리겠지'라는 식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이러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전문가들이고 프로페셔널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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