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그들은 프로다 - 가인(歌人)들에게 박수를
2011년 3월은 아주 특별한 달입니다.
'나는 가수다' 시즌 1이 방송을 탄 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방송을 통해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처음으로 들었던 그 '특별한' 순간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바람이 분다'하고 첫 소절을 시작할 때, 그 순간의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이소라라는 가수를 좋아하기는 했습니다만 이 가수가 이 정도로까지 감동을 주는 가수였나 싶을 정도로 노래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감성적이되 차분하면서도 정갈한 가사입니다. 그냥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요즘도 종종 생각이 나면 동영상을 찾아 듣곤 합니다, '나가수' 버전으로요. 들을 때마다 노래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사족입니다만 조금 더 덧붙인다면,
이 방송을 보고, 아니 정확히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삶이 많이 변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 프로그램을 본 이후부터 음원이라는 것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불법 다운로드조차도 안 했습니다, 음악을 거의 안 들었거든요;;)
프로그램 자체는 진행도 많이 미숙하고 이런저런 잡음도 많았으며 비판의 소지도 많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다 용서가 됐던 것이 가수들이 노래를 너무 잘했습니다.
이 프로를 통해서 다시 보게 된 가수들이 참 많습니다.
시즌 1에 출연했던 전 가수들,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정엽, YB는 물론이고 이후 출연한 가수들을 한 주 한 주 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렇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됩니다. 그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멋진 프로그램이었고 가수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