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우리가 기쁠 때나 슬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다.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함께 버티며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항상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상처가 되는 순간도, 때때로 가족으로부터 비롯되곤 한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연예인의 가족 문제처럼,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해야 하는 일들은 많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가족을 통해 성장하고, 사랑을 배우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가족이란 단순히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깊숙이 발을 딛고 지탱해 주는 존재다. 때로는 갈등과 오해가 생기지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이해를 쌓으며 조금씩 성숙해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꼭 붙잡고 걷던 길, 함께한 식사 한 끼, 사소한 대화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조각이 되어 있다.
미국의 작가 조지 산타야나는 "가족은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은 세상이 버거울 때 돌아갈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울타리이며,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다. 영화 <코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족은 결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가족이란,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결혼 후에도 나는 여전히 부모님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다. 직장생활에 육아까지 겹치며 지칠 때면, 부모님의 존재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내가 힘들다는 말 한마디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셨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살펴주는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분들의 따스한 시선과 손길은 마치 햇살처럼 나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평온하게 흘러가던 일상은,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이별로 균열을 맞게 되었다.
아버지가 떠난 후, 삶은 낯선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존재가 사라지자, 일상의 풍경도 색을 잃었다.
처음으로 아버지 없이 맞이한 명절, 공허한 자리에 남겨진 웃음, 사진 속 그 얼굴들조차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 모든 기억이 가슴 한켠을 깊이 찌르듯, 잔잔한 아픔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진짜 시련은 그 뒤에 찾아왔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이별 이후 깊은 우울감에 빠지셨고, 점차 세상과의 연결을 끊기 시작하셨다. 늘 꽃을 가꾸고, 작은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으시던 분이셨는데, 이젠 식사도 외출도 거절하며 침묵 속에 머무르셨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야, 우리는 이 상실이 단순한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힘들 땐 늘 어머니께 기대곤 했는데, 이제는 그 기대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대화는 줄었고, 어머니는 내가 하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다. 마치 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된 듯한 외로움이 스며들었다. 텔레비전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도 함께 늘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나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를 배워갔다.
사랑은 언젠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내가 되돌려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부모님이 내 하루의 무게를 덜어주셨듯, 이제는 내가 어머니의 고단한 마음을 보듬어야 했다. 가족이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손을 내밀며 지탱해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요즘 나는 매일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짧은 통화에도 진심을 담고, 때로는 반복되는 말을 인내심 있게 듣는다. 나의 하루를 보고하듯 이야기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내 곁에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든든하다.
나는 어머니가 다시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앨범을 꺼내 웃고, 좋아하시던 꽃을 사다 드리고, 산책길에서 바람을 쐬며 마음의 숨통을 틔워드린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그 사랑과 관심이 어머니의 마음 한켠에 스며들기를,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보호받는 아이가 아니라, 어머니를 돌보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가족이란 때론 짐처럼 느껴질지라도, 결국 우리 삶의 뿌리이며,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사랑은 모양을 바꿔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은 지금 가족에게 어떤 사랑을 건네고 있나요?
가족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