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내일 죽는다면?

by 파랑

나에게 주어진 삶과 하루가 나에겐 늘 당연했다.

내일이 없을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죽음은 막연한 두려움만 있었을 뿐 늙어서 죽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암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이미 2024년에 부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찾아온 병이었다.

부신 종양 수술을 했던 가수 이은하가 암에 걸린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매우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주위의 많은 사람 중에 비교적 일찍 사망한 친척들은 암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췌장암은 발견되고 오래지 않아 사망한 외숙모도 있었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수술과 방사를 끝냈지만 지금도 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남아있다.


고등학교 담임을 할 때 주말마다 지하철 여행을 혼자 다닌다는 자폐 스펙트럼 아이가 옆 반에 있었는데 그 아이 엄마가 아이 중학교 때 죽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가 장애가 있는 사실이 삶에 있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의 스트레스는 직장을 옮기면 되고 가족 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주 보지 않으면 되었지만, 자식은 나의 책임이자 일상이기 때문이다.

꼭 자식 때문에 암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만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삶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자식을 위해서 살고 남편을 챙기고 살았다면 이제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내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할 수 있다.

내가 튼튼해야 우리 집이 잘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돌보기 전에 나를 더 돌보게 되었다.

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렇다면 유한한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가면 이 아이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까?

살고 간 흔적을 어떤 방법으로 기억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경험을 통해서 빠르게 배우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했던 생각과 일들을 글로 남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생각하면 실행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나의 강점이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나의 아이디를 아는 사람이 많아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나는 너무 소중하다.

내일은 나에게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을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이런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면 그다지 화낼 이유도 분노할 일도 많지 않다.

나의 병을 통해서 나는 또 다른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아픈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며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었을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를 위해서 내가 건강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돌보며 살아간다.

내가 살아있음이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고 행복한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18. 운동을 하려면 결재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