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찾기프로젝트
자폐스펙트럼인 이 아이에게 나는 어떤 치료를 해주었을까?
ABA치료,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음악치료, 특수체육, 그룹체육, 수영, 그룹인지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첼로 개인 레슨..
되돌아보니 26개월부터 시작한 치료 인생에서 참 많은 치료실을 다녔다.
그리고 참 많은 돈을 쓰고 이 아이가 잘하는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던것 같다.
내 아이는 시각적 자극을 빠르게 학습하고 말로 표현을 못하는 반면
글씨는 잘 쓰는 편인 아이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적그적 그리는것을 좋아했다.
소근육에 나쁘지 않은 활동이라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했고
미술 치료도 해오고 있었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상 주어진 것을 그리기 보다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것을 그리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고 지시받는것보다는 자유롭게 그리는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2025년은 내가 아파서 휴직한 한해이기도 하지만 이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 것은 더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첼로도 새롭게 배워보고 한양대 디자인교육 센터의 미술 수업도 지원해보았다.
한양대 디자인스쿨에서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서울에 거주하는 미술 영재(일반 아동)과 발달장애 아이들 중에 미술의 재능이 있는 100명의 아이들을 선발하여 매주 토요일 3시간정도에 해당하는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3년전쯤 한양대 디자인 센터에 지원했을 때는 제대로된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떨어졌었는데 1년동안 미술 수업을 받은 뒤 포트폴리오를 갖춰서 응시하고는 한양대 디자인 스쿨에 붙을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미술 수업을 들으러 한양대까지 가는것이 또 하나의 엄마의 희생이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좋은 활동보조선생님의 도움으로 부모가 꼭 가야 하는날은 내가 가고 대부분은 활동보조선생님이 한양대까지 데려가주셨다. (다시한번 데려가주신 활동 보조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는 집중력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었지만 한양대 미술 활동을 너무 좋아했고 수료식인것도 너무 아쉬워했다. 아이가 너무 아쉬워해서 내년에도 지원해보려 하는데 매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실시간 줌수업으로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양대 디자인센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은 건물 아파트 구조에 대한 것이 많았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그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낸것 같아 일년을 되돌아볼때 뿌듯했다.
전시회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의 그림
한양대에서의 수업이 끝난 뒤 마지막에는 전시를 하는데 전시회관을 빌려 일정 기간 무료로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전시를 해둔다.
아이는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가 너무 신기했는지 전시를 보러 가서 이사진 저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자폐 스펙트럼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마음에 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를 데리고 전시실을 다녀오면서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그 결과물인 작품 전시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아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아이는 구조물에 관심이 많고 부동산을 지나갈때면 평형과 구조가 나와있는 안내책자를 챙겨와서 몇층은 평수가 몇이고 몇층까지 있는지를 모두다 외우고 있다. 그리는것들은 내부 구조물들이 많고 교보타워 진흥아파트 래미안 아파트 등 건축 구조를 시각적으로 그리는 편이다.
진흥아파트를 이 작품전시회에 작품으로 전시하게 되었는데 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는 진흥아파트의 15층에도 가보고 1층에서도 아파트를 바라보며 이 모습을 머리속에 담아두었던것 같다.
작가선생님은 이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아파트를 마치 하늘 위에서 본 듯한 구도로 그린 작품으로 일반적으로 그리기 어려운 구도이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정적으로 표현하여 감상자가 새가 된듯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해주셨다. 포인트가 되는 부분만 채색하여 아파트 중간의 하늘이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고 코멘트해주셨다.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아이를 나는 응원한다.
그리고 너의 시각으로 본 것을 표현하고 살아갈수 있길 기대한다.
매일 똑같은 것을 그리는 나의 아이를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 선생님께서는 미술 작가로서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는것은 평생의 숙제이며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관심 분야가 정해져 있어서 그 부분을 더 확장해주는것이 유의미하다고 조언해주셨다.
나의 욕심은 캔퍼스를 가득 채운 색칠이 되어있는 미술 작품인데
나의 아이가 그리는 그림은 색칠을 포인트 처럼 하거나 색칠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을때가 많아서
내가 원하는 미술 작품대로 이끌기 위해 색칠을 해보는것은 어떨까 말하곤 하는데
어쩌면 이건 나의 방식을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지
아이는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너에게 나의 방식을 요구했던거였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난 후에는 아이가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신의 방식을 그리고 싶은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인생은 끊임없이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내며 받아들이고 살아가는것인가보다.
수료식을 마치고 돌아오며~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될수 있었던 토요일을 생각하며 비가 오나 눈이오나 추우나 더우나 즐거운 마음으로 한양대를 다녀온 나의 아이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 즐거웠던 과정을~~ 일상을~~ 하루를~~ 엄마는 언제나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