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고 난 후부터는 보육이 아니라 교육했는데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을 모를 때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일이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야 외식을 안 하고 집에 있거나 여행을 가서도 콘도에서 시켜 먹거나 음식을 포장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 아이가 커갈수록 상황에 맞는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같이 참여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유아들이 있는 방에서 미사를 같이 드리다가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강당에 내려와서 같이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사 중간마다 방귀를 뀐다든지 ‘언제 끝나’를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 입에 쉿 표시를 하고 그런데도 말을 계속하면 강당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분명히 이야기해 주었다.
‘성당은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곳인데 시끄럽게 하면 안에 있을 수 없어’
밖에 나온 것이 맘에 안 들어서 아이가 엉엉 울어도 소용없다.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인데 네가 시끄럽게 해서 나온 거야. 지금은 다시 들어가지 않을 거야. 대신에 강당에 다시 들어가고 싶으면 다음 주에는 잘하면 돼. 다음에는 잘해보자’
아이를 혼내거나 야단친다는 느낌보다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고 앞으로의 태도에 대해 말해주었다.
또 음식점에서도 강박적인 생각에 갑자기 울음이 터트릴 때가 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밖에 나갈 거야. 우는 사람은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없어’
단호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계속 울면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진정이 되면 다시 음식점 안으로 들어온 적도 있고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진정되지 않아서 집으로 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이는 어느 정도 밖에서 외식할 때 울음을 터트리거나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내 아이에게 식당은 품위가 있어야만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품위를 유지하려고 아이도 노력한 것 같다.
중학생이 된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어떤 음식이나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잘 먹고 어떤 식당도 갈 수 있다.
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외식이 된다는 것은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는 건 어느 곳에 여행을 가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 교육은 꼭 필요한 교육이었다.
아직도 많은 발달 장애아들이 타인의 시선과 어려움 때문에 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편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밖에서 밥 먹는 것이 어려운 아이도 많다.
내 아이도 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지 않는 게 아니라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적이 더 많았다.
지금도 야채를 잘 먹지 않고 싫어하는 편이다. 그럴 때는 야채를 갈거나 다져서 음식 안에 섞어서 준다.
예를 들면 양배추 당근을 잘게 썰어 계란찜에 넣는다든지 계란말이를 하는 식이다.
(지금도 매일 그렇게 요리한다 )
생양배추를 잘 먹지 않으면 양배추를 삶아서 고기랑 쌈 싸 먹도록 하고 부추무침을 안 먹으면 부추전으로 호박이나 부추를 전으로 만들어주면 전은 잘 먹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 안에 싫어하는 재료를 섞어서 요리를 만든다.
또 잘 먹지 않는 가지 같은 요리를 한다고 하면 한 번은 아이에게 꼭 먹도록 한다.
‘이건 가지라는 음식인데 겉이 보라색이지? 이건 몸을 정말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야. 한 번만 먹어보자. 체험은 꼭 해봐야 해 ’
한번 먹고 나서는 ‘맛없어’를 외치며 ‘보라색 음식 싫어요’를 말한다.
한번 먹고 난 후에는 더 강요하지 않지만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려고 한 번은 꼭 먹어야 한다.
아이도 이제는 한 번은 먹는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것보다는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오히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이 점점 자신의 틀에 갇혀 있으려고 하고 강박적인 고집이 보일 때면 그것을 깨 주려고 매우 노력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이의 이상한 고집을 계속 들어주면 그 고집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틀에서 깨어나 점점 유연해지는 삶의 태도가 사회에서 이 아이가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