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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았다곰 Sep 06. 2022

어벤저스가 별 건가.

덩크슛도 2점, 골밑슛도 2점

'마블'의 슈퍼히어로는 지구의 영웅이다. 손에서 뿜어져 나온 거미줄로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최첨단 울트라 슈퍼 파워 갑옷을 입은 무쇠 덩어리는 하늘을 질주한다. 그에 비해 약간 모양이 빠지긴 하지만 방패 하나 들고 전장을 뛰어다니는 대장까지 '마블'의 세계관은 문어발식으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유치하고 진부한 설정들이 가득한 어린이용 만화책의 주인공일 뿐이었는데 왜 지금은 남녀노소, 타문화권의 사람들까지 열광하고 있을까. 물론 캐릭터 자체도 매우 흥미롭고 점차 여러 영웅들을 아우르는 세계관의 확장만으로도 답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영웅이 되고픈 욕망부터, 도대체 답이 없는 현대 사회의 여러 부조리에 대한 환멸까지 포함하면 답은 더 정교해진다.


하지만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듯이 그런 영웅은 없다. 아니 있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사탄이 혀를 내두를 만큼 패악질을 일삼는 말종들의 뉴스를 보면 그런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 싶다. 그래, 어쩌면 그런 영웅이란 건 없다는 '부존재'에 대한 결핍이, '히어로 영화'가 각광받는 더 정확한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 몸이 개미만큼 작아지고, 시공간을 연결하는 의사 양반 같은 판타지 속 영웅은 없다. 그러나 마술 같은 힘과 능력을 가져야만 영웅인가. 같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반대급부의 악당들은 우리의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세울 만큼 탁월한 힘과 능력이 있지만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아니 굳이 악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표범 신'에 접신할 만큼의 능력을 가진 '영웅 후보생'이 위험이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면 '영웅'이라 부를 수 없지 않겠나.


결국 영웅이 되려면 일반인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과 능력 외에도 불의에 참지 않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덕성도 반드시 갖춰야 하는데, 그렇다면 영웅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지금도.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맨손으로 세웠던 청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를 붙잡고 10분 간 '괜찮아요'를 외치던 자전거 배달원, 사다리차로 화재 속 여러 생명을 구했지만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며 눈시울 적시는 사다리차 기사까지.


심지어 이 어벤저스들, 영화 속 진부한 클리셰까지 답습한다. 무덤덤하게 사람의 목숨을 구한 후 홀연히 사라지기도 하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며 탄식하며, 구조 이후의 삶까지 돌보는 AS까지 책임진다.


그래, 눈에서 레이저를 뿜고 하늘을 날지 않아도 충분하다.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호쾌한 덩크슛도 2점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골밑슛도 2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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