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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이 내리는 겨울밤 '편지'의 막을 올립니다.
대단한 것 없지만, 마음의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무언가를 막 건져 올린 듯한 묘한 기분이네요.
저는 지금 백수입니다.
전시기획이라는 이벤트적이고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다
이래도 되는가 싶은 시간을 보낸 지 어엿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 밖에 모르던 '일좋아 파' 였던지라
이런 느긋하고 느린 시간을 괴로워할 줄 알았는데,
마치 평생 이렇게 살아온 사람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더군요.
음.. 모든 시간이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마저 즐겨보려 하고 있습니다.
고통은 생명에게 필연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괴로움이 잠시 사라지자,
혼자서 고요한 괴로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글들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또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하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한국이라는 문화권에서,
서른을 갓 넘긴 애도 어른도 아닌 상태로
업을 고민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둘러싼 삶 속에서는 존재 증명을 늘 타인에게 맡겨두었는데,
내가 보고 지나온 소용돌이를 잠잠히 적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이신지요?
p.s. 가장 추웠던 새해 첫날 계방산의 조각을 함께 보내드려요.
2026.1.12
고요한 안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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