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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내린 눈이 소복히 쌓인 화요일이에요.
손에 닿는 눈 결정은 힘없이 녹아버리는 한 올(䋉) 같다가도
아침이 되어 어느샌가 쌓인 눈을 보고 있노라면
이유 없이 황홀해집니다.
인생에서 쌓이는 순간을 곱씹다 보니
매일 반복되는 작은 한 올은
어쩌면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이 쌓여 삶이 되니까요.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선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결단'이고, 다른 하나는 '포기'입니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포기'를 택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포기를 해야하는
선택의 순간은 대체로 고통스럽습니다.
최근 저의 이야기도 들어보실래요?
저는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드는 순간
몸이 먼저 긴장해버리는 편입니다.
손이 굳고, 말수가 줄고,
평소 할 수 있는 일도 서툴러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가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요.
모두가 그렇듯, 저 역시 취약한 지점입니다.
요즘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는 기프트숍에서는
선물 포장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리본 매듭, 힘 조절, 마감의 깔끔함 같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들이요.
느리게 하면 자신있는 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내는 건
전혀 다른 미션이 되더군요.
기다리는 손님을 떠올리면
시간과의 사투라기보다는 전투랄까요.
며칠전,
포장하는 방식에 대해 대표님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매듭 방법, 리본의 위치, 손에 들어가는 힘까지.
원투원으로 배우고,
반복 연습에 파뭍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최근까지 연습하던 박스가 아닌
파우치 형태의 포장을 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손님이 오래 기다린다는 이유로
리본 마감은 결국 제 손을 떠났고,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어느새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도움이 될까,
생각은 또 거기까지 흘러갔고요.
저는 원래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힘들게 산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사실 손님들이
이 디테일을 모두 알아차릴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만큼은
손재주가 중요한 능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어떤 가스라이팅을 걸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오늘 제가 선택한 결단은
'일단, 잘하는 척 해보자' 입니다.
그러다 보면
가위질에도 속력이 생기고,
포장지의 모서리를 접을 때
망설임 없는 리듬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아직은 미완성인 경험이지만,
언젠가 타인의 도움 없이
손님에게 자랑스럽게
포장을 건넬 수 있는 날까지.
오늘의 저는
부정적인 생각 하나를 포기하고,
앞으로 있을 성장통과 함께
조금 어설픈 결단을 선택해봅니다.
이 선택이 어떤 눈으로 쌓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2026.1.13
슬픈 눈에 옅은 미소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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