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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블루 Jul 11. 2022

그래도 언제나 너는 빛이 난다

솔직하게 감정 느끼기

학원에 갔던 딸아이가 여느 때와는 달리 시간을 좀 넘겨서 조용히 들어왔다.

아무 말 없이 쌩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간 딸을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따라 들어가 보니,

방 한가운데 꼿꼿이 서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딸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수업시간에 이해를 못 해서 혼났어........

오늘 처음 배운 거란 말이야!! 엉엉~~”



출처  unsplash



요즘 다음 학기 수학 진도를 나가는 중인데  여태까지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에 많이 어려웠나

보다. 여러 번 설명을 했는데도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하셨는지 다정하시던 선생님이 평소와는 달리 언성을 좀 높이신 모양이었다.

다행히 수업이 끝난 후에는 딸아이를 따뜻하게 다독여 주셨다고 했지만, 스스로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머리 좀 식히느라 동네 한 바퀴 돌고 왔어. 내가 바보 같아....."


이럴 땐 뭐라고 해줘야 하는지.

예전 같았다면 "그러게 평소에 공부 열심히 했어야지 놀지 말고~"라고 한바탕 잔소리를 했겠지만 이젠 그럴 수 없었다.

어쩐 일인지 자동으로 작동되던 학부모 모드가 정지되고  부모의 마음이 모습을 드러내며 진심으로 딸의 마음을 먼저 살피게 되었다.

뭔가 해줄 말을 찾고 있는데 밖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딸 방으로 출동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항상 깨 발랄하던 딸이 시무룩해지면 남편이 바로 돌입할 작업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딸을 웃겨주는 것인데,  나도 남편도 그렇게 해서 애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 좋았던 감정은 억지로라도 풀어주면 금방 정리가 되는 줄로 믿었고,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봐야 우리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남편과 나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온 행동이었고, 그런다고 해서 불편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편을 말렸다.


"그냥 둬~ 우리 딸랑구 혼자 있게"






우리 착한 딸은 이제껏 한 번이라도 슬프고 아픈 감정을 실컷, 온전히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나에겐 언제나 햇살 같은 딸이고 넘치는 행복을 주는 고마운 아이지만, 그랬기에 어떤 순간에도 웃는 얼굴이어야 한다고 강요해온 것은 아닌지..

이제야 마음공부를 시작한 엄마는 뒤늦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서 참 미안했다.

어찌 보면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잘한다.

그들을 잠시 가만히 놔둬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엄마도 조금씩 철이 들어가고 있으니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면 좋겠다.


그렇게 딸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있었나 보다.

두 시간쯤 흘렀을까?

딸아이의 방문 앞을 얼쩡거리던 남편과 딸이 또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부 고민하더니 그새 패드 보고 있네.. 너 아빠가 게임하지 말랬지!!"

"게임하는 거 아니야~지금 스트레스 푸는 거거든!!"

by  아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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