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스블루 Jun 16. 2022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합니다

자기 사랑하기


어릴 때 난 긴 생머리를 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긴 머리가 거추장스러워지고 머릿결도 상하다 보니, 길었던 머리를 미련 없이 잘라낼 수 있었다. 그런데 홀가분해지려고 짧게 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평생 살이 쪄본 적이 없던 마른 체형 때문에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면 예뻐 보이거나 손질이 편한 것보다 우선 얼굴이 통통해 보이기 위해 애썼다.

웨이브 펌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바깥으로 뻗치게 해서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주문이었다. 먼저 성격을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외적인 것에 그렇게 신경을 안 써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참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헤어숍을 바꾸게 되었고, 새로운 디자이너 선생님은 이제까지의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하셨다.

“쇼트커트 한번 해봐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처음에 고객님 왔을 때 요 삐져나온 머리 잘라주고 싶었어요”

“네?? 어….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머리숱이랑 모질도 고려해서 예쁠 거 같으니까 권하는 거예요. 난 안 예쁜 건 안 권해요. 호호~”

“쇼트커트? 완전히 짧게 자른다고요? 안 어울리면 어떡해요…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by   아이스블루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오드리 헵번도 짧은 머리를 많이 했더랬다. 고전 배우인 오드리님도 쇼트커트를  했었단 걸 생각하니 조금 용기가 생겼다.

변할 거라며? 변하려면 용감해져야 하는 법!

잘랐다가 망하면 모자 쓰고 다니면서 기르면 되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까워할 게 없어서 머리카락을 아까워해?

짧은 머리로 마음을 정하고 나서 예쁘다는 온 세상 쇼트커트 스타일 여자배우 사진은 다 찾아본 것 같다.

스카이 캐슬에 나왔던 염정아 머리 예쁘던데? 시크하고 고급져 보이는 게 딱! 내 스타일이야~

맞다! 데미 무어도 있었어. 사랑과 영혼에서 보이쉬하면서도 참 청순하고 이뻤지.

못 고르겠다 다 이뻐서… 여전히 자신이 없다.

난 여배우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제삼자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에이~자긴 데미 무어 쪽은 아냐. 오드리 헵번 해~”

켁-  오드리 헵번 하라니…

남편 덕분에 김치 국물 한 사발 드링킹 할뻔했다.

머리를 자른다고 내가 오드리님이 되는 건 아닐진대..

이렇게 난 오랜 망설임 끝에 쇼트커트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니 마른 얼굴과 각진 턱이 더 잘 드러나보였다. 이런이런….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콤플렉스라 여겼던 것들을 그냥 드러내 놓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특별히 얼굴 살이 있어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말 잘 어울린다는 찬사도 듣고 다닌다.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고 갑자기 얼굴형이 바뀌었다거나 얼굴살이 통통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 분위기와 찰떡인 헤어스타일을 찾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이제 내 얼굴을 “~~ 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자신 있게 를 내보인 덕분에 받게 된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닐는지.

외모보다 내면에 집중을 하니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일 같은 건 중요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못 알아볼 것이다. 내가 이런 과감한 헤어스타일을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할 테니까.

왜 그렇게 변했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어”


매거진의 이전글 잡스와 저커버그와 나의 공통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