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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블루 May 13. 2022

잡스와 저커버그와 나의 공통점

생각 정리하기

요즘 머릿속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집중하고 싶은 몇 가지일 외에 덜 마음이 쓰이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잊어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명상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이제 좀 해맑게(?) 살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모든 일을 일일이 자신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시오!
그래야 당신이 살 수 있습니다


마치 몸이 이렇게 싸인을  보내오는 것 같이 요 근래 나의 신체리듬은 엉망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비해 적당히 어질러진 집안도 조금은 참아 넘기기도 하고, 어설픈 일처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직접 했던 자잘한 일들도 이젠 아이들에게 맡기는 횟수가 늘었다.

다른 사람에게 좀 넘길 줄도 알아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새삼 느낀다.


외출할 때마다 뭘 입어야 할지…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은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기 싫어서 한 가지 옷만 입었다는  스티브 잡스와 지금도 그러고 계시는 마크 저커버그가 그 둘이다.

잡스는 언제나 검은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차림을 고집했고, 저커버그 역시 청바지에 회색 티셔츠, 회색 후드 재킷만을  입는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라는 명성에 걸맞게  공식 석상이나 격식을 갖추는 자리에서는 패셔너블한 명품 슈트도 입어 내지만 대부분은 같은 옷차림이다.

몇 년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온통 같은 회색 티셔츠뿐인 저커버그의 옷장을 찍은 사진을 보고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나? 정말 괴짜네~' 하며 별스러워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 버겁고, 겉치장을 하는 것이 시들해지니 이제 이 독특해 보였던 단벌 신사들의 마인드에 100% 공감한다.


“과연 나에게 옷이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일까?”




 <멍 때리기 대회>는 2014년에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목적으로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리기 시작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확인  @졸거나 잠자기   @시간 확인  @잡담 나누기

 @주최 측에서 제공된 음료 외의 음식물 섭취   @노래 부르기 또는 춤추기  @독서.. 심지어 웃음도 금지된다고 한다.

나는 첫 항목에서부터 탈락이다! 푸-하하!!!

웃어도 안된다 (흡-)

오로지 멍~~~~~하게 앉아 있어야 한단다.

다소 엉뚱하고 황당하긴 하지만 의도가 훌륭한 유쾌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선  한번 참가해 보고 싶지만, 아마 나는 뇌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3시간 동안 “하고 싶은 거 못해서” 오는 금단현상으로 폐인이 돼서 나올지도 모른다.

집에서 쉬는 날도 동동거리며 사소한 일로 바쁜데 조금이라도 어질러진 게 있으면 치우고, 눈에 거슬리는 걸 정리해야 한다. 정리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글 메모를 휴대폰에 하는 버릇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게 도착한 소식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한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난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에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형상의 트로피가 수여된다고 하는데 내 평생 이거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뭐, 꾸준한 명상으로 참을성을 단련을 해 내간 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성격도 취향도 다 제각각인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이 지구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  

혼자 사색하는 걸 즐기는 사람,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 물건에 별 감흥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도 더 있을 것이다.

옷 잘 입기는 패션에 남다른 센스가 있다거나 옷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에게 맡기고 몇 가지 옷만으로도 충분한 나는 그 에너지를 좀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쏟는 것이 현명한 일인 건지도 모른다.

생각난 김에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뭐 같냐고 남편한테 슬쩍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정리? 집 치우기?” 란다.

무엇을 기대한 걸까?

집에 있을 때면 하는 일이란 게 물건 정리에 집 치우기였으니 당연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 정리는 매일 하면서 정작 머릿속 정리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삶의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들, 집안일, 돈 나갈 일, 직장일, 애들 공부,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들로 가득 찬 내 머릿속에는 과연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자리>가 있을까?

by 아이스 블루



잡스와 저커버그는 아침마다 뭘 입을지 고민할 시간마저도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사복의 제복화”를 택했다고 한다. 내 옷장이 단출해진 것은 그들처럼 깊은 뜻이 있어서도, 일상을 누리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빠서도 아니다.


그냥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잡다한 생각들 속에서도 필요할 때 멍 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려면,
뭔가 한 가지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해져도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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