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링 귀걸이( gold earring)
예쁜 귀걸이를 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드디어 어른이 되었고 내 취향껏 액세서리로 꾸미고 멋을 부릴 수 있다.
호기롭게 귀금속점으로 달려가 귀불을 뚫고 귀걸이를 하게 되었지만, 선천적으로
피부 알레르기가 심했던 나는 벌겋게 부은 귓불의 고름을 닦아내고 소독을 하며,
참으로 고통스러운 한 달을 견뎌내야 했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아마도 뚫는 귀걸이는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어(귀)와 링(반지)이 하나로 된 말로써 귀고리의 총칭. 원시 시대에는 귓불에 구멍을 뚫고
고리를 끼어서 사용했지만, 현재는 귓불에 끼워 물림 하든가 나사로 조여 사용한다.
귓불에 밀착된 것과 거기에서 늘어져 내려온 것 등 형식은 여러 가지이다.
표기를 귀걸이로 쓰면 귀를 보온하는 귀덮개의 의미까지 포함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멋 내기 중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펌도 아니고 화장도 아닌
귀를 뚫은 일이었다.
언니들처럼 귀걸이를 한다는 것은 어른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어떤 '상징'과도 같았다.
마치 바늘이 달린 총 처럼 생긴 도구로 내 살을 찌른다는 것이 너무 무섭기도 했지만
잠깐만 참으면 모든 것이 끝나서 반짝반짝하고 예쁜 귀걸이를 할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를
하며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귀를 뚫고 와서 예쁜 귀걸이를 마음껏 하고 다니길래 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나는 금속 알레르기가 있었다.
처음 귀걸이를 하고 당황할 정도로 귀에 염증이 심했으며 아물 때까지 한 달 이상을 고생해야 했다.
살이 아물고 별일 없이 잘 끼고 다니다가 며칠만 귀걸이를 빼놓아도 뚫은 자리가 막히고
다시 제대로(?) 착용할 때까지 또 같은 고생이 이어졌다.
귀걸이를 끼우느라 씨름한 탓에 며칠 동안 귀앓이를 해야 하니, 뺐다가 다시 끼우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 보면 난 돌팔이한테 귀를 뚫었던 것 같고 뚫은 자리가 곧지 않은 게 분명하다.
피부트러블이라는 생각에 앞서 귀 뚫어준 사람먼저 의심하게 된다.
참~ 못.났.다….
이렇게 된 거 이미 뚫은 걸 막히게 둘 수도 없고, 앞으로 귀가 무사하려면 귀걸이를
계속 끼고 있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딘가에 걸리는 장식이나 큐빅하나 없는 심플하고 작은 링 귀걸이를
계속 끼고 다니는 중이다.
20대였을 때 우리 집에 도둑이 한번 들었던 적이 있다.
교묘하게 현관문 우유구멍을 통해서 문을 뜯는 도구를 넣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였는데,
거실바닥에 선명하게 찍힌 신발자국과 집안 서랍을 모두 뒤진 흔적은 지금 생각해도 섬찟하다.
그중 더 기막혔던 것은 내방 화장대 위에 있던 작은 주얼리 박스까지 모두 쓸어갔다는 사실이다.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 귀금속을 모아봐야 몇 개나 모았을까?
귀걸이 두어 개와 목걸이 하나가 전부였는데, 훔쳐가 팔아봐야 돈도 안 되는 14k 액세서리까지
싹싹 긁어서 훔쳐간 걸 보면 아마도 좀도둑이었지 싶다.
그나마 몇 개 있던걸 몽땅 도둑맞고 나니까 다시 사모으게 되지 않았고, 그 못난 좀도둑 덕분인지
아직까지도 액세서리 욕심은 별로 없다.
난 <진짜> 금귀걸이만 해야 돼~
금, 은은 물론 이미테이션 보석을 착용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나처럼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다양한 주얼리를 즐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소재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예쁜 액세서리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언뜻 들으면 눈이 높아서 ‘진짜’만 착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예쁜 액세서리들을 하고 다니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있는 말이다.
모두가 쉽게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난 매일 귀걸이를 한다.
내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빼면 따로 가지고 있는 게 몇 개 되지 않고 그마저 값나가는 것도 없다.
그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귀걸이 자리가 막히지 않게 할 용도로 하나 정해서
매일 끼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몸에 뭔가 착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서 모든 액세서리를 빼놓고 자연인인
상태를 즐기고 싶지만, 다시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귀걸이를 빼놓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또 힘겨운 귀걸이와의 사투 끝에 아픈 귀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이 링귀걸이가 내 귀를 아프게 하지 않고 얌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되겠지?
작지만 잔잔하게 내 한 부분을 빛내주는 것이 있다.
특별한 옷차림을 하는 날이 아니면 귀걸이를 바꿔 끼우는 일도 없어서 남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오래된 링귀걸이다.
대충 입고 다니는 평상복 차림에도, 한껏 신경 쓴 외출복 차림에도 내 귀에서 반짝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