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진 ( white jeans )
연휴가 끝을 향할 무렵 남편과 계획에도 없던 청계천 나들이를 하게 됐다.
추석연휴 3일 내내 비가 오더니 오늘은 180도 바뀐 화창한 날씨가 되었고
집에만 있기도 아까워서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는데 내친김에 가보고 싶었던 청계천을
가기로 한 것이다.
출발하기 전 주차장을 검색하느라 청계천 관련 정보를 찾다가 계천에서 볼 수 있다는
‘백로’의 사진을 보았다.
도심 한복판에 백로가 날아드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온다고 해도 아주 드문 일이라는 생각에 기대는 안 하기로 했지만, 보게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과연 우리도 백로를 만날 수 있을는지.
서울에 살면서 그 유명한 청계천도 못 가본 우리를 자칭 '촌부부'라고 하는 남편,
오늘 그 촌티를 벗을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
외출을 하자면 우선 뭘 입어야 할지 결정을 해야겠지?
날씨가 화창하고 좋으니 더 화사하게 꾸미고 싶어서 화이트 진을 골랐다.
연한 블루 티셔츠를 입고, 아침저녁으로 벌써 쌀쌀해진대다가 한낮의 따가운 햇볕도
가려야 하니 겉옷으로 루즈핏의 셔츠를 걸치면 되겠다.
최소한의 짐을 넣을 가벼운 나일론 미니백에 하얀 운동화로 마무리가 끝났다.
가을 햇살을 가르며 걸어 다닐 나들이 패션의 완성이다!
흰색 또는 오프 화이트 천으로 만들어진 청바지의 총칭.
1950년대의 화이트 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치노스(chinos)의 유행에서 힌트를 얻어 1958년경에
등장했다고 한다.
청바지 대표 브랜드인 '리바이스'나 '리'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이것을 매출시킨 것은 1961년에
이르러서의 일이며, 이후 수년간에 걸쳐서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리'의 면새틴에 의한 것과 '리바이스'의 베드포드 코드(bedford cord)에 의한 것이 있었다.
특히 후자는 <캘리포니안>이란 이름으로 친숙하게 되어 세탁할수록 색이 바래는 것이 큰 특색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오늘의 코디가 의외였던 것은 언제나 외출할 때, 특히 야외를 나갈 때는 블랙이나 진한 색의
바지를 주로 입어왔기 때문이다.
블랙이 주는 시크한 분위기가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염에 강하여 식사할 때나 의자에
앉을 때 지나치게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요즘 부쩍 일상복에서 화이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분위기도 화사해 보이고 기분전환이 돼서 좋다.
화려한 디자인의 옷이나 액세서리의 치장 없이 바지색깔 하나만 밝게 코디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란 말인가?
옷장에 꼭 갖추어야 할 must have item을 논할 때 '화이트 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치 신데렐라 요정할머니의 마법 지팡이처럼 색깔이 나를 변신시키는 듯하다.
이런!! 지금까지 옷을
상전처럼 모시고 살았다
오늘처럼 계천에 나가게 되면 야외 벤치에 앉을 수도 있고 뭘 먹을지도 모르는데
화이트 진을 골라 입다니..
담력이 많이 좋아진 건가? 옷에 덜 예민하게 된 건가?
옷이 더러워지면 세탁하기 힘들까 봐, 무척 조심하고 아낀다.
그래서 정작 그 옷을 입는 내 모습을 좀 더 다양하게 꾸며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고
내가 멋쟁이가 될 수 없었던 이유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약간의 오염정도는 감수해야 다양한 컬러로, 분위기로 나를
꾸밀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휴대폰에 찍힌 내 사진도 지금처럼 온통 검은색옷 일색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색깔과 분위기로 포즈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최근 옷 가짓수가 적어진 것과는 반대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패션 스팩트럼'을
넓혀놓은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편하다는 이유로 어두운 옷색깔에 갇혀서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너무 어둡게 꾸며왔다.
적은 옷으로 생존하더라도 항상 비슷한 색깔이라면 매번 같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지루한 사람이 돼버릴 테니, 밝은 화이트 진은 꼭 살려둬야 한다.
앞으로는 뭔가 묻을까 봐 조심해서 입기는 하더라도 깨끗한 순백의 옷을 선택하는 일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더럽혀질까 봐 외면해 버리기에는 화이트 진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어색해서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은 남편이 사진 찍어주는 것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밝은 색의 옷을 입은 내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얀 바지 덕분일까? 유난히 화사하고 예뻐 보이는 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청계천에 백로나 왜가리가 출현하는 것은 희귀한 일도 아니라고 한다.
물고기는 많고 천적도 없기 때문에 사냥하기 좋아서 많이 날아들기도 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쩐지 백로가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무덤덤해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나 혼자 신기해하고 백로가 놀라서 날아갈까 봐 몰래 사진 찍느라 진땀을 뺐는데…
남편 말대로 내가 촌스러운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