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티셔츠 (cotton T-shirt)
오늘도 세탁바구니에는 흰색 면티셔츠 두 장이 들어있다.
우리 집은 빨래로 흰색 티셔츠가 매일 한두 장씩은 나온다.
매일 빨래를 안 한다면 한 번에 세탁하는 면티셔츠는 기본이 서너 벌 이상은 된다는 뜻이다.
다른 집 사정을 몰라서 이것이 일반적인 일인지는 몰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워낙 흰색 옷을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라서 자주 입는 편은 아니지만,
아들의 집돌이 패션이 항상 파자마에 흰색 면티셔츠이고, 딸아이의 교복 안에 받쳐 입는 옷이
흰색 면티셔츠인 것은 물론, 남편의 출근룩 이너웨어는 언제나 흰색 면티셔츠가 기본이다.
이러니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의 거의 매일 입는 옷이 흰색 면티셔츠라는 얘기이다.
명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한 설에 의하면, 1890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군함 검열을 하기 전
함장이 소매 없는 속옷을 입은 선원들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불쾌함을 느낄 것을 우려해 짧은 소매를 윗옷 겨드랑이에 꿰매도록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티셔츠는 제1·2차 세계대전 군인들의 속옷으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군들이 고향에 티셔츠를 가져가면서, 이 옷은 승리의 상징으로 각광을 받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미 해군이 단체복으로 많은 주문을 하는 등 이후 본격적으로 티셔츠가 미국에 조금씩
상륙하게 된다. 이때 옷 모양이 T를 닮았다고 하여 티셔츠(T-shirt)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950년대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와일드 원>에서 말론 브란도가 대놓고 입고 나오면서 마이너한
패션 내지는 속옷의 일종이었던 티셔츠가 일상복이자 보편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시중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1960년대를 기점으로 티셔츠는 거의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모든 옷 중의 기본으로 평가받는데, 소모품 이미지도 강하다. 우선 고질적인 목 늘어남 문제 때문에 옷 수명이
짧은 문제. 사람은 목보다 머리가 크기 때문에 티셔츠의 넥라인은 입고 벗을 때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입고 벗고 몇십 번 몇백 번을 반복하면 결국 아무리 고가의 티셔츠라도 보기 흉하게 늘어나서
버려야 하는 고질적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 흰색 계통의 티셔츠라면 변색 문제도 있다.
한여름엔 단독으로, 나머지 계절엔 이너로 입고 몸에서 나오는 땀을 정면으로 받아내다 보니..
특히 목 부분이 쉽게 변색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옷 중에서 가장 싸기도 해서 입고 버리는 주기가 짧은 편이다.
[출처- 네이버 나무위키]
그러니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어도 면티셔츠가 속옷에서 시작된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누구든 거의 매일 입을 정도로 오늘날 티셔츠는 모든 룩의 기본을 이루고 사랑받는 옷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나만의 생존아이템이라고 우기기가 곤란해졌다.
그렇지만 나에게 면티셔츠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웃옷이 티셔츠 말고는 입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소재로 된 면 티셔츠만큼 편한 웃옷이 없는 관계로, 블라우스를 비롯한 다른 소재의 이너웨어는
내 옷장에서 제외되었다.
블라우스가 나에게 잘 안 어울리는 이유도 있었지만 웬만한 상황에서는 면티셔츠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블라우스와 신축성이 없는 슬리브리스 탑은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다.
정장을 입을 일도 없고 입더라도 색깔만 잘 맞춘다면 기본적인 면티셔츠로도 코디가 가능해서
캡슐옷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면티셔츠만 남기고 모두 비워버린 것이다.
웃옷을 거의 한 가지 종류로 압축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티셔츠로 통일한 덕분에
내 옷장을 한층 단출하게 만들 수 있었다.
왜 하나같이
매일 흰색 면티셔츠를
입는 거냐고!!
그런데 요즘 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가족들의 지독한 '흰색티셔츠 사랑' 때문이다.
겉에 니트나 다른 셔츠를 레이어드 하긴 하지만 언제나 먼저 입게 되는 것은 흰색 면티셔츠가 된다.
때문에 매일 세탁해 놔야 가족들이 외출할 때 코디에 지장이 없었고, 어쩌다가 빨래를 못하는
날에는 흰 티셔츠를 찾는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집밥을 도맡아서 하는 나의 ‘집순이 패션’은 항상 어두운 무채색인데 아들처럼 이제 밝은 옷을
좀 입어볼까 하여 큰맘 먹고 흰색 티셔츠를 사서 입어본 적이 있다.
역시나 반찬 하면서 김칫국물이 튀는 걸 보고 식겁하여 그날로 포기해 버렸는데,
이들은 왜 그리 흰색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흰색이 깔끔해 보여서? 가장 무난한 색깔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티셔츠가 원래 속옷에서 유래됐다더니 순기능에 충실하게 입는 것인지…
이유가 어떻든 가슴 언저리에 음식물이라도 튀는 날에는 그걸 빼느라고 힘든 사람은 나인데
결국은 식구들의 흰옷에 뭐가 묻는다는 건 나만 고달파진다는 뜻이다.
자기 옷에 묻은 얼룩은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자주 입고 세탁하기 때문에 그만큼 옷의 수명도 짧아질 수밖에 없으니 어차피 소모품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옷처럼 오랫동안 아껴가며 입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버려야겠다.
질 좋은 옷은 소중히 손질해 가며 입고, 면티셔츠 같이 수명이 짧은 옷은 부담 없이 입는다고
마음을 비워야 정신건강에도 좋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 얼룩문제에 관해서는 저지른(?) 사람 스스로 해결한다는 룰을 적용한다면, 가족들에게
너무 조심해서 입으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도 될 것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가족들은 주로 속옷으로, 나는 유일한 웃옷으로 애용하는 면티셔츠~
나에게는 실제로 없으면 곤란하겠지만 입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특유의 심플함이 보기에 좋고,
모든 옷의 기본이 되며 조금 입다가 늘어지거나 변색되면 버려도 되는 옷이 면티셔츠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늘 아침에 새로 입고 나간 흰색 면티셔츠에 짬뽕국물을 당당하게 묻혀오더라도
더 이상 잔소리를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