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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나로 충분하다

남편의 트렌치코트(Trench coat)

by 아이스블루



남편은 몇 년째 자신의 마음에 쏙~드는 트렌치코트가 없어서 간절기만 되면

옷 입을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취향이 조금 까다롭다고는 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지극히 심플한 스타일인데,

눈에 드는 코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

요즘 나가보면 매장마다 널리고 깔린 것이 트렌치코트인데도 말이다.

도대체 원하는 게 어떤 스타일이신지…



트렌치코트(Trench Coat)


큰 버튼과 허리를 두르는 벨트,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기장을 특징으로 하는 옷.

트렌치(trench)란 영어로 <도랑, 참호>라는 뜻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안에서 영국군 장교가

착용한 우비에서 유래됐다.


트렌치코트는 본래 남자들만의 옷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여성들도 입는 대중적인 패션이 됐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의 설립자인 토머스 버버리가

군인을 위한 레인코트를 개발하면서 버버리(Burberry)는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됐다.


한편 트렌치코트는 전쟁에서 유래된 만큼 그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가 많은데, 예컨대 트렌치코트 어깨에

단추로 고정된 벨트는 과거에 군인들이 그것에 물통이나 쌍안경을 매달아 두었다가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달았던 곳이며, 손목에 있는 스트랩은 군인들이 참호를 팔 때 소매를 걷고 작업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출처- unsplash



내 몸에 착~감기는 트렌치코트
하나만 있다면 함께 입는 옷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몸의 절반이상이 가려지는 옷이니만큼 나에게 찰떡같이 어울리는 코트를 하나 장만했다면

비록 그 안에 평범한 트레이닝복을 입은들 어찌 패셔너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 편한 아이템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트렌치코트 찾기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담아둔 인터넷몰 찜바구니를 나에게 슬쩍 밀어놓는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코트를 사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못 고르겠다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코트 찾기의 미션은 나에게로 넘어왔다. 맙소사!!

자기 옷을, 자기가 안 고르고.... 왜??

언제나 이런 식이다.

퍼스널 아이템 쇼핑인데도 우리 공동의 문제로 떠오르고, 나는 얼떨결에 눈이 빠져라

코트를 고르게 되었다.


그런데 트렌치코트가 원래 군복에서 유래되었다고?

갑자기 처음 트렌치코트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건지 궁금해졌고, 이미 내 검색창

알고리즘은 <트렌치코트의 유래>로 도배되고 있는 중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

옷 고르다가 이건 또 왜 찾아보는 건지 몰라도 나는 이미 의식의 흐름대로 가고 있으며

오늘도 코트 찾기는 글렀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19세기에 발명된 접착고무를 두 장의 원단 사이에 발라 만든

레인코트가 기원이라는 것과, 1856년에 수습공이었던 '토마스 버버리'가 세운 의류가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고무를 넣은 레인코트와 달리 '토마스 버버리'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통기성이 좋은

농부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내수성 좋은 원단인 '개버딘'으로 코트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보어전쟁(1899~1902)에 쓰이면서 호평을 받았고 고무를 넣은 다른 레인코트들과

경쟁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글을 보면 이때는 'Trench Coat'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 뿐,

1차 대전 이전부터 군대에서 이미 입기 시작했다고 하니 정확한 기원을 찾아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트렌치코트를 대량으로 사들인 영국은 전쟁이 끝난 후인 1920년에 이를

시중에 풀어놓았고, 트렌치코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결론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누군가 떼부자 됐구나~하며 지식의 바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위기의 상황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대박을 터트리는 장사 천재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나 보다.

그런 머리는 타고나는 것인지, 진심으로 존경한다.


험한 환경에서 입게 되었고 방수, 방풍은 물론 내피까지 덧대어 입으면 방한에도

한몫을 하다 보니 무척 실용적인 옷이지만, 심미성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더블브레스트(double breasted), 어깨 견장, D링, 허리끈, 가슴 플랩 등의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트렌치코트의 상징적인 특징들도 많이 변화되어 스타일이 다양해졌지만

허리끈과 더블브레스트(double breasted)만은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챙겨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옷을 고를 때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트렌치코트는 더더욱 내가 대신 골라줄 영역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 골라줘도 본인 눈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 결국 직접 나가서 보고

사게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괜히 힘 빼지 않기로 했다.

그토록 중요한 옷인데 직접 고르게 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키가 크건 작건 어떤 체형이라도 자신의 결점이 커버되는 스타일을 선택한다면

그 나름의 매력이 묻어나는 옷이기에 봄, 가을에 자주 입는 보석 같은 아이템이다.

와우~~!!

비 내리고 쌀쌀한 날이면 꼭 생각나고 입고 싶은 트렌치코트!


그리고... 이제는 정말 만나보고 싶다.

남편의 트렌치코트~

drawing by 아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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