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를 꿈꾸며
명사는 인간으로 하여금 더 이상 생각을 안 하도록 만드는 품사라고 한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A가 사람을 죽였대” 하면
“어머 왜 죽였대?”와 같이 여러 생각의 여지를 주지만,
“A가 살인자래” 하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 궁금한 건 없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살인자"로 끝이 난다.
듣고 보니 말이 된다~ 싶었다.
아들이 공유해 준 자기 계발 유튜브 영상을 보던 중 인문학 교수인 김경일 님의 “명사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에 와서 나를 ooo라고 한 가지 직업인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있을까?
예전과 달라서 요즘은 투잡은 기본이고 직업이 여러개인 N 잡러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하는 일이 여러 가지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 살림하는 사람,
물건 정리하는 사람(우리 집에서만큼은 난 프로니까)그리고 그림을 그리며 글도 쓴다.
동사로 말한다고 생각하니 자신 있게 “그 일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나열해도 쑥스럽지 않다.
나 글 쓰는 사람이야~ 나 수납 정리해~
오히려 난 프로<작가>가 아니니까, 난 프로<수납컨설턴트>가 아니니까 좀 더 편하게 그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냥 그런 일도 하는 사람으로.
왜 직업란이나 장래희망을 말할 땐 명사 한 단어로 답할까?
그렇게 되면 다른 일은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직업은 ooo (이)니까 이거 하나만이라도 잘하는 게 옳다고 느끼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명사가 아닌 동사로 말하니까 주저리주저리 할 말도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