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건(Cardigan)
밤 8시, 나는 체감온도 -20도를 육박하는 혹한의 가운데에 서있었고, 아주 잠깐 장갑을 벗었을 뿐이었지만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했다.
'오 마이갓!! 날씨가 미쳤나 봐.'
이렇게 추운 날씨에 기껏 가족들의 아이스크림 주문문자를 확인하느라 극한의 고통까지 맛본 것이다.
몸이 추운 거랑 먹는 거랑은 별개라는 이유로 당당하게 각자 원하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줄줄이 나열했고,
투덜대면서도 나는 집 앞 마트로 들어섰다. 어쩌겠어?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
겨울 중 1월이 가장 춥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추웠던 기억이 없었기에 요 며칠 특히 진짜 추운 1월을 실감하는 중이다.
이런 날 외출을 하기 위해선 따뜻한 겨울옷은 물론 장갑과 부츠, 머플러등으로 중무장을 해야 한다.
멋 부리기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게 최고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안팎으로 무조건 두툼한 옷만을 입게 되지 않는 이유는 자가용으로 이동할 일도 많고 실내로 들어가면 두꺼운 풀오버가 Too much인 상황도 생기기 때문이다.
실내에서의 두꺼운 니트는 행동을 둔하게 하고 난방으로 인해 더워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확- 벗어버릴 수도 없고 ㅎㅎ
더워서 겉옷 하나를 벗더라도 풀오버이기에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망쳐가며 벗기보다, 슬쩍 팔만 빼면 가벼운 옷차림이 되는 카디건이 여러 가지로 훨씬 편하고 스타일도 살릴 수 있어서 좋다.
이 때문에 얇은 옷 위에 걸쳐 입을 <카디건>이 필요하다.
평범한 스웨터이지만 앞을 터서 단추로 입고 벗으며 체온 조절까지 할 수 있는.. 도대체 누가 이런 획기적인 디자인을 생각해 냈단 말인가?
편리한 디자인만큼이나 활용도도 뛰어나서 우아한 여성스러운 분위기에서부터 편안함과 깔끔한 옷차림으로의 연출이 가능한 아주 다재다능한 패션 아이템이다.
달랑 면티셔츠를 하나 입었을 뿐이지만 얇은 캐시미어 카디건을 살짝 걸쳐 입는 순간 포근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차림새가 된다.
오버사이즈로 보이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카디건이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두루두루 사랑을 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어깨 노출이 신경 쓰이는 미니 드레스를 입은 날에도 카디건 하나 살짝 걸쳐 입으면, 체형보완이 되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까지 얻어낼 수 있는 시원한 리넨 카디건도 내가 사랑하는 여름철에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다양한 소재에 따라 사계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술램프의 지니와도 같은 이 카디건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먼저 18세기 어부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서 입었다는 설과 총탄이 날아드는 험악한 전쟁터에서 시작되었다는 상당히 의외의 설~
**1890년대 초, 영국 <크림전쟁> 때 영국 육군 부상병들이 스웨터를 벗을 때 고통을 호소하자 7대 카디건 백작 제임스 토머스 브루더넬(james thomas brudenell) 장군이 자신의 군대에게 이 옷을 입혔고,
이 군대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카디건은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됐다는 설이 그것이다.( **나무위키 참조)
이를테면 환자복에서 착안된 옷이라고 봐도 되려나 ㅎ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가 좀 더 그럴듯한 가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 유래가 환자복이면 어떻고 어부의 작업복이면 어떤가? 지금 나에게는 사시사철 없어서는 안 될 완소 아이템인 것을...
사회생활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어쩌다 하게 되는 외출을 할 때 손에 잡히는 것이 결국은 평범한 청바지와 티셔츠뿐인 패션 무식자인 나의 죽은 코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패션) 생존 아이템의 시작은 바로 “카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