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Trench Coat)
남편은 몇 년째 마음에 쏙~드는 트렌치코트가 없어서 간절기만 되면 코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취향이 조금 까다롭다고는 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지극히 심플한 스타일인데 눈에 드는 코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 나가보면 매장마다 널리고 깔린 것이 트렌치코트인데도 말이다.
도대체 원하는 게 어떤 스타일이신지…
내 몸에 촥 감기는 트렌치코트만 하나만 있다면 함께 입는 옷들은 정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몸의 절반이상이 가려지는 옷이니만큼 나에게 찰떡같이 어울리는 코트를 하나 장만했다면 그 안에 비록 추레한 츄리닝을 입은들 어찌 패셔너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 편한 아이템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그토록 "내 트렌치코트 찾기"에 공을 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코트 찾기의 미션이 나에게로 넘어오게 되었다. 헐~~
자기 옷을? 자기가 안 고르고? 왜??
언제나 이런 식이다.
퍼스널 아이템 쇼핑인데도 얼떨결에 우리 공동의 문제로 떠오르게 되고, 나도 모르게 눈이 빠져라 물건을 고르고 있다.
트렌치코트는 원래 전쟁 중 군인들이 입었던 레인코트에서 유래되었다는데,
갑자기 흥미로운 <트렌치코트의 기원>을 좀 더 살펴보고 싶어 졌고 찜바구니를 밀어둔 채
지식의 바다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남편 트렌치코트 고르다가 이건 또 왜 찾아보는 건지는 몰라도 꽤 재미있는 삼천포행이 될 것 같다.
눈에 띄는 유래는, 19세기에 발명된 접착 고무를 두 장의 원단 사이에 발라 만든 레인코트가 기원이라는 것과
1856년에 수습공이었던 토마스 버버리가 세운 의류가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고무를 넣은 레인코트와 달리 그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엔 통기성이 좋은 농부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내수성 좋은 원단(개버딘)으로 코트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보어전쟁(1899~1902. 영국이 남아프리카 땅을 식민지로 삼으려 하자 이에 반기를 든 원주민과 영국 사이에 일어난 전쟁. 참조- 네이버 백과)에 쓰이면서 호평을 받았고 고무를 넣은 다른 레인코트들과 경쟁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역사 관련 글을 살펴보면 이때는 Trench Coat(Trench는 영어로 “참호”를 뜻한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 뿐, 1차 대전 이전부터 군대에서 이미 입기 시작했다고 하니 확실한 기원을 찾아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트렌치코트를 대량으로 사들인 영국은 전쟁 후인 1920년에 이를 시중에 풀어놓았고,
트렌치코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위기의 상황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대박을 터트리는 장사 천재들은 언제나 존재하나 보다.
그런 머리는 타고나는 것인지~ 진심으로 존경한다.
험한 환경에서 입게 되는 옷이었고 방수, 방풍은 기본, 내피까지 덧대어 입으면 방한에도 한몫을 하는 옷이다 보니 실용적이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눈, 비, 바람, 추위 거의 모든 궂은 날씨 커버가 가능하고 실용성이 주 무기인 옷이라고는 하지만 심미성에 있어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더블브레스트(옷섶을 깊게 겹치고 단추를 두 줄로 단 상의나 외투, 또는 그런 스타일을 말한다. 참조- 네이버 지식 백과) 어깨 견장, D 링, 허리끈, 가슴 플랩 등의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트렌치코트의 상징적인 특징들도 많이 변화되어 스타일도 다양해졌지만 허리끈과 더블브레스트만은 유지하는 듯 보인다.
키가 크건 작건 어떤 체형이라도 자신의 결점 커버가 되는 스타일을 선택한다면 그 나름의 매력이 묻어나는 옷이기에 봄, 가을에 자주 입는 보물 같은 아이템이다.
비 내리고 쌀쌀한 날이면 꼭 생각나고, 입고 싶은 트렌치코트.
그리고... 이제는 만나보고 싶다.
남편의 트렌치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