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전시보기 EP02: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어느 한곳에서 특정 아티스트나 시대 전시가 대박을 치면, 뒤이어 비슷한 전시를 여기저기서 오픈한다. 최근에 '알폰소 무하'가 그러했고, 지금은 인상주의 인가보다. 왜 갑자기 인상주의가 대두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도 이번에 전시가 열려 방문했다.
국중박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중에서도 '로버트 리먼'의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그 리먼이 맞는 로버트 리먼. 예술에 조예가 깊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안목이 남달랐고, 수많은 작품을 사들였다고 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 덕분인지 당시에는 무시 받았던 인상주의 작품들을 수집해서, 이렇게 현재의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줄 수 있었다.
인상주의는 '빛의 변화'에 따른 색과 사물의 변화를 작품에 표현한 화풍이다. 이전까진 화가의 주관적 정서 보다는 객관적인 진리나 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인체의 황금비,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색의 묘사 등인데 이는 이상향에 도달하고픈 인간의 욕망이라고 본다. 나의 삶과 죽음 모두 인간이 아닌 하늘이 정해준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시류일테고, 경제가 발전하고 신분제에 대한 회의가 사회적으로 만연하면서 '개인의 주관적 감상'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당연한 변화일테다. 그러므로 초기에 이들이 그린 그림은 단순히 이전과 다른 독특한 시도 정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대에 대한 도전 그 자체였을테니.
무엇보다 이러한 인상주의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활용한 여러 미디어가 인상 깊었다. 위 사진처럼 관람객으로 하여금 빛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이나,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 쇼팽의 음악이라든가, 파도 소리 삽입 등의 장치가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끔 했다. 전시장 연결 통로에 마련된 영상과 설명도 적절한 배치였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양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았는데, 그 안에서도 몸, 초상, 자연, 도시 주변, 물가 이렇게 다섯 주제로 분류하여 관람하는 동선이라 더 명확한 감상이 이루어졌다. 주제에 관련된 많은 작품들을 비교해가며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나 생각해보게 만든달까. 해당 주제들은 인간과 인간의 삶에서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육체, 기록의 욕망, 풍경 등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의 정서와 시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떤 시선으로 사람과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전시회를 관람하며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객관은 존재하는가?' 19세기 말 20세기 초 수많은 화가들은 그림으로서 답했다.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은 없다.
같은 작품을 보고서도 수백가지의 감상이 나온다. 인간은 객관을 추구하지만, 매순간 생기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홍수에 사는 인간에게 객관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매순간 빛에 따라 시각적인 정보가 바뀌고, 같은 풍경을 보고서도 내 마음에 따라 슬프게도 기쁘게도 느껴지니 말이다. 객관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완벽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전시를 보고 난 결론은 서로의 시선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살아가자. 마치 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화가들과 그 작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