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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l 01. 2024

#23 지금 무슨 생각하니?

알아차리지 않으면 있어도 없다

지금 무슨 생각하니?     


정육점 앞에서 멈칫한다. ‘뭘 사러 왔지? 뭐지?’ 머릿속이 하얗다. 옆에 마트를 온 건 분명히 아니었고, 목적지는 맞게 온 것 같은데 뭘 사러 왔는지 모르겠다. 이놈의 정신머리 좀 보소! 얼마나 딴생각에 빠져있었던 거야?


한참을 열심히 걸어서 왔는데, 생각에 빠져 옆에 누가 지나가는지, 바람이 부는지, 더운지 전혀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리고 걸어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도 벌써 기억 저편 너머로 가 버렸다.  

    

무슨 생각에 빠져서 정작 느끼고 알아야 하는 것을 놓쳤을까? 생각에 빠진 나를 알아차려 줘야 했는데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생각이란 놈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었음을.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명상이나 자기 수련의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런 차원까지 가능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힘든 경지일 것이다. ‘생각을 멈추어야 해’라고 해 보라. 그럼 그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혀 버린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는 있다. ‘아! 내가 지금 이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고 말이다. 옳고 그름, 좋다 나쁘다 같은 판단을 하지 말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을 한번 알아보았다고 금방 생각이 멈추거나 다른 생각으로 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는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아! 내가 또 이런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는 짧은 순간이 있다. 한 대 맞은 듯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럼 그다음은 주변을 돌아본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 뜨거운 햇살을 느끼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흐르는 흰구름을 보고, 지나가는 차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알아차려 주지 않으면 옆에 있어도 없는 것이요, 시끄러운 경적도 침묵의 소리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내겐 말이다.      


정육점 앞에서 당황했던 짧은 순간이 조금 놀라움이었나 보다. 생각은 그대로 두면 끝이 없지만 우리는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적으로라도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리는 것이 전부라는 말이 있다. 사물이든 감정이든 내가 알아차리는 순간에 모든 것은 존재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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