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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내 안에 낯선 이가 산다

우직함, 너였니!

by 소행성RDY Jul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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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된 후, 그야말로 브런치는 개점휴업이었다.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쥐는 데 성공한 아이는 장난감을 던져버리고 또 다른 호기심거리를 찾아 떠난다. 단지 갖고 싶은 것을 갖는 게 목적이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나에게 브런치가 그러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쩌다 브런치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누구는 한 번에, 누구는 몇 번 만에 통과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그래? 나도 해 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때 마음은 오직 "될까? 안 될까?"라고 하는 결과에 맞춰져 있었다.


카페에 앉아 신청서를 써서 메일을 보냈고, 그다음 날 회신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그다음은 예상하겠지만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기에 브런치에 호기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관심 밖으로 밀려난 채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브런치라는 상점을 개업해 놓고 진열장에 상품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묵직한 마음을 덜어내기라도 하듯 어쩌다 하나씩 글을 올리며 근근이 브런치를 유지해 나갔다.


그러다 6월부터 브런치 심폐소생이라는 나름의 목표를 세운다. 우선 손에 잡히는 목표, 글 30개 채우기다. 

 50개, 100개를 생각해 봤지만 너무 멀게 느껴져 숨이 턱 막힌다. 적당히! 난 소소한 성취감으로 작은 기쁨을 크게 자주 느낄 수 있는 목표가 좋다.


나름의 원칙은 하나다. 어떤 것이라도 좋다. 매일 쓴다는 것만 지키자.


원칙대로 매일 쓴다. 쓸 글이 없어도 쓰고, 할 말이 너무 많아도 쓰고, 바빴다는 핑계를 대기 싫어 쓰고, 쓰기 싫어도 쓴다. 그냥 쓴다.


드디어 이 글이 #30의 넘버링이 되어 발행된다.


가끔 나는 내가 낯설다. 싫증도 잘 내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들도 많은 나에게 어떤 순간, 무식한 우직함이 보일 때가 있다. 이거다 싶은 것은 앞도 뒤도 재지도 않는 우직함.


모닝페이지 1년이 그랬고, 감사 일기 1000일이 그랬다. 생각해 보면 다 글과 연결된 것이고 나에게로 들어가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모닝페이지가 은 내면의 나와 화해하는 과정이었다면, 감사 일기는 세상과 화해하는 시간이었고 행복과 삶의 방향을 깨닫는 과정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내 블로그 이름이 "삶을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가 될 수 있게 그 시간을 묵묵히 걸어 준 내 안의 우직함에게 진심 존경을 표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계속 쓴다.

더 이상 넘버링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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