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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비 오는 날엔 부침개!

배추 전 어때요?

by 소행성RDY Jul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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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부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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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일요일 아침.

새벽 모임을 다녀오는 동안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이런 날은 부침개도 좋고 뜨끈한 국물도 좋다.


모임에서 지인이 어제 배추 전을 해서 맛나게 먹었다는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돈다. 아는 맛이니까.


경북이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배추 전을 먹고 자랐다.

모임에서 지인도 경상도 사람에게 배추 전을 배웠다고 하는 걸 보면 어디에서나 해 먹던 음식은 아니었던 게 맞나 보다. 우리 동네에선 배추 전을 제사상에도 올릴 정도로 친숙한 음식인데 말이다.


배추 이파리를 크기에 따라 2~3장, 밀가루 반죽에 묻혀서 프라이팬에 펴서 올린다. 밀가루 반죽을 묻혀서 배추 이파리 끝부분을 겹쳐놓으면 배추 전 한 판이 완성된다. 배추에 반죽이 골고루 묻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배추 흰 부분만 있어도 그 맛을 즐긴다.  그다음은 지글지글 부쳐내기만 하면 끝인 초간단 레시피이지만 그 맛을 아는 나에겐 문득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배추전이다.


배추 전은 금방 해서 뜨거울 때 먹어도 맛있고, 식은 다음에 먹어도 좋다. 배추 전은 김치 듯이 길이로 쭉쭉 찢어먹으면 제대로 먹은 기분이 든다. 흰 줄기부터 이파리까지 돌돌 말아서 한 입에 넣고 씹을 때 배추즙이 터지듯 입안에 고인다. 달큰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배추 전만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나는 배추 전은 초고추장에 먹게 된다. 이상하게 간장보다 초고추장이 더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 건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아이도 겨울엔 배추전이 생각나는지 한 번씩 먹고 싶어 한다. 금방 한 배추 전을 길이로 길게 찢어 돌돌 말아 입에 쏙 넣어주면 오물오물 씹으며 두 눈을 크게 뜬다. 너무 맛있다는 아이의 표현이다. 그리고 엄지를 척 올리면 배추전이 제대로 성공한 거다.


 남편도 결혼하고 나서 처음 배추 전을 먹어 봤다고 하며 아주 좋아한다. 배추 전을 부치는 날엔 막걸리가 빠지면 서운하다. 음식 솜씨가 별로인 내가 남편에게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비가 오는 날씨 탓으로 뜬금없는 배추전이 주인공이 되었다. 오후에도 비가 계속된다면 마트를 다녀와야 하나? 배추 전을 해 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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