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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드라마 덕 본 날

땡큐

by 소행성RDY


아직 방학이라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호한 밥을 먹는다. 식사 중엔 TV 금지가 통하지 않는 우리 집. 오히려 식사 때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이야기하며 먹는 편이다.


오늘도 아이가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았다며 틀어놓는다.

간간히 웃음 포인트도 있고 제법 괜찮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한 장면에 우리는 화들짝 놀라 밥 먹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대표가 말한다.

"건강 검진받으라는데 왜 안 받는 거야. 이번 주까지 받지 않으면 벌금 나온다고 하잖아."


분위기가 코믹해서 웃고 있는데,


"엄마, 나 건강 검진 해야 하잖아!"


라고 아이가 다급하게 외친다.


아뿔싸! 방학 중에 건강 검진하라고 했는데.

금요일이 개학이다. 내일은 광복절.

갑자기 맘이 분주한데 학교에서 보낸 인쇄물이 안 보인다. 버렸나?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한다.


"○○ 건강 검진할 때 병원 어디서 했어?"

"나도 이제 가려고요. 깜빡했어요"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상황에 동지가 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병원은 두 곳.

헉!


한 곳은 오후 5시까지 가능하지만 치과 진료는 수요일엔 안 한다고 한다. 하필 오늘이 수요일이라니.


다른 병원은 치과 진료까지 마칠 수 있지만,

낮 12시까지만 진료한단다.


현재 시간 10시 50분.


바쁘다 바빠.

12시 전에 끝내는 것으로.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 아이를 재촉한다. 집에 있던 남편이 병원까지 태워준다. 지금까지 뭐 했냐는 타박은 덤으로 받고.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자 비로소 마음에 평화가.

문진표를 작성하는 아이에게


"이제 천천히 해도 되겠다. 일단 접수했잖아."


휴~ 오늘 그 드라마를 안 봤으면 어쩔 뻔.

후다닥 정신없이 해치우고 나니 드는 생각이다.


드라마 선택을 잘 한 우리 딸!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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