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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03. 2023

#PART2-9 관심법-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TV드라마 태조왕건 궁예의 "관심법"은 아직도 밈으로 돌 정도로 재미있는 영상 중 하나이다. 하지만 비서인 나에게는 이 관심법이 한 낱 즐거운 밈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비서라는 직업이 상대방의 상태와 기분을 알아차리고 반응해야 하는 극한의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눈치 없는 곰 같은 비서” 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센스 탑재와 더불어 예민함도 가지게 되는 비서들은, 

나 또한 그러하지만 어떤 상황에 대한 변화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에 말투나 태도 표정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생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종종 눈치가 빠르다 거나 “ 어떻게 알았어요? “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보가 빨라서 이기보다는 상대방의 태도나 톤에서 캐치했을 확률이 크다. 

그러니 비서와 얘기를 나눌 때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도록 하자. 


특히 비서를 아내나 여자 친구로 둔 남자들은 거짓말로 상황을 쉽게 넘기려 말고 정통법으로 상황을 타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서들은 SIX SENSE를 풀가동한 육감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고, 만약 그냥 넘어갔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그 사람이 관대함에 익숙해져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비서들의 관심법은 점점 발달해서 집무실 안에 계시는 상사의 기분조차 알아차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오늘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의 “오늘 상사 분 기분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도 기분이 별로 세요/ 어제 힘드셨나 봐요/ 오늘은 어려운 보고도 괜찮을 것 같아요/ 결정받아야 할 보고가 있다면 다른 날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대면 말고 서면으로 보고하시면 어떨까요? 와 같이 

그 기분을 여러 가지 표현으로 나누어 말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물론 관심법은 종종 비서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문자나 카톡 등의 활자를 읽을 때도 관심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뉘앙스는 어떤 의미인가, 꼭 하라는 건지 그냥 해보라는 수준인 건지,

바로 해서 알려 달라는 건지 나중에 해도 괜찮은 건지.


대면해서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강도 높은 관심법을 시행해야 한다.

이러니 신경성 위염 장염 두통이 없을 날이 있느냔 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세요" 란 말은 비서들에게는 효과 없는 조언일 뿐이다. 

그러니 비서들에게 관심법 작동의 횟수가 줄어들도록 상사분들께서 지시할 때는 명확한 방향과 가이드를 주시기를 희망해 본다. 


사실 방향이 맞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는 일은 서로에게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처음에 의욕마저 꺾이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와 5년 정도 일해 간다는 어느 비서 말에 의하자면, 3년 정도부터는 회의 내용 및 임원의 컨디션만 봐도 어떤 사람을 다음 보고자로 대기시켜야 할지, 언제 어디를 가시게 될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건 아마도 이제는 관심법을 넘어 “ I see you”(아바타:물의 길) 경지로 간 거 아닌지.  





오늘도 현장에서 강도 높은 관심법 시행으로 노고가 많은 비서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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