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 17화. 고시원 바닥에 누워

by 김정은

서울시 희망 온돌 사업


서울시에는 희망 온돌이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그 사업을 통해 밀린 고시원비 지원을 받았던 한 남성입니다.

말기 암이었지만 항암치료는 거부하셨고 고시원에서 나름의 생활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어르신


그러던 어느 날 복지관에 이불 후원이 들어왔고, 담당자가 어르신께 이불을 드리고자 연락했지만, 어르신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걱정된 담당자는 몇 차례 더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지 않자,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와 함께 고시원에 방문했습니다.


고시원 바닥에 누워계신 어르신


그때 어르신께서는 고시원 바닥에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하여 낙상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이후 주민센터 담당과 복지관 담당은 어르신께 자주 방문하며 병원 진료와 건강 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했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


그러던 어느 날 복지관 담당자로부터 어르신께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하신다고 도움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고시원으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예상하고 준비한 물품들


이미 주민센터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자주 방문했던 것을 듣고서 어느 정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예측하여 기저귀, 물티슈, 뉴케어 등을 챙겨갔습니다.


찌릿한 냄새와 마주한 현실


고시원에 도착하여 어르신이 누워 있는 방 가까이 가자, 찌릿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어르신은 침대에 누워계셨습니다.

바짝 마른 몸, 기운 없는 표정.

암 병동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자주 접했던 모습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고시원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냄새의 원인 파악


일단 들어가자마자 찌릿한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부터 파악했습니다.

허약감이 심해지면서 어르신은 고시원 방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셨고, 침대 밑에 용변을 보셨습니다. 그래서 침대 밑의 바닥은 소변으로 가득했습니다.

혼자서 약을 드시려고 했던 것도 약 봉투가 뜯어진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득보다 먼저 한 일


어르신께 병원에 가자고 설득하기 전에 우선 어르신께서 누워계실 이 공간이 쾌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양팔을 걷어붙이고:


바닥에 있는 소변을 물티슈로 모두 닦고

어르신의 침대를 깨끗이 정리해 드렸습니다

약을 드시기 위해 일어나셨다가 끝내 드시지 못하고 넘어진 물병을 다시 세워놓고

어르신의 머리맡에,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뉴케어, 물, 약, 휴대전화 등을 놓아 드렸습니다



편안해진 표정


깨끗해진 고시원 내부가 맘에 드셨는지, 어르신도 그제야 표정이 편안해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묻기


어르신께 병원에 가자고 설득하기 전에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시는지부터 여쭤보았습니다.

항암치료를 거부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삶의 주인공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사회복지사는 그 의사를 경청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뚜렷한 계획이 없던 어르신


하지만 어르신은 임종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하고 있진 않으셨습니다.

그저 삶을 포기한 채,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의지가 없어 보이셨습니다.


통증 완화를 위한 설득


어르신께 통증이 너무 심하니, 병원에 가자고 설득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병원비 걱정하셨기 때문에 병원비는 복지관에서 지원 방향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의 마지막 시간


그다음 날 어르신은 병원에 가셨고,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 요양병원에 있는 동안 어르신은 단절되었던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장례도 어르신의 가족이 마무리하였습니다.


정답이 없는 사회복지


항상 사회복지를 하면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미련이 항상 남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하루라도 어르신이 깨끗한 고시원에서 주무실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것

단절된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 것 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기암 환자의 선택


항암치료 거부의 의미:


치료의 고통보다 삶의 질을 선택

남은 시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보내고 싶음

의료진의 판단보다 개인의 가치관 우선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개인적 정의



고시원이라는 공간


왜 고시원에서 말기를 보내셨을까요?


경제적 제약

가족과의 단절

사회적 고립

그럼에도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



냄새와 마주하는 현실


"찌릿한 냄새"

이 표현에는:


말기 환자의 처참한 현실

혼자 감당해야 했던 고통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외로움

존엄성이 훼손되는 상황



청소부터 시작한 이유


왜 설득보다 청소를 먼저 했을까요?

존엄성 회복이 우선이었습니다:


인간다운 환경에서 대화하기

어르신의 자존감 보호하기

신뢰관계 형성하기

편안한 마음 상태 만들기



암 병동 경험의 의미


"암 병동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자주 접했던 모습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상황에 압도되어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을 수도

냄새와 모습에 놀라 어르신께 상처를 줄 수도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가족과의 재회


"단절되었던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말기 상황에서 가족과의 재회가 갖는 의미:


용서와 화해의 기회

마지막 인사와 작별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가족들의 마음의 짐 덜어주기



존엄한 죽음이란


"삶의 주인공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사회복지사는 그 의사를 경청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존엄한 죽음의 조건:


자기 결정권 존중

통증 없는 마지막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깨끗하고 편안한 환경



사회복지의 한계와 가능성


"항상 사회복지를 하면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기

작은 변화라도 의미 있게 만들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기

인간의 존엄성 지키기



작은 것들의 소중함


"하루라도 어르신이 깨끗한 고시원에서 주무실 수 있었다는 것"

거창한 성과가 아니어도:


하루의 편안함

순간의 존엄성

마지막 인사의 기회

혼자가 아니었다는 기억

이런 것들이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고시원 바닥에서 요양병원까지


**"고시원 바닥에 누워있던 사람"**에서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사람"**으로.

이 변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힘입니다.

모든 사람은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고, 존엄하게 떠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지켜드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14년간 병원에서 복지관까지, 간호사에서 사회복지사까지의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현장에서 청진기를 든 마음으로, 대상자의 마음을 들어주는 전문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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