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마음이 닿는 거리

by 김정은

처음 고독사를 마주했을 때, 나는 울었다.

현장을 떠난 뒤에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두 번째는 달랐다. 울지 않았다.

세 번째, 네 번째...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죽음을 숫자로 세고 있었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예요."

"작년보다 속도가 빠른 것 같아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나 자신을 보고

나는 잠깐, 멈춰 섰다.


'이게 정상인가?'

'무감해진다는 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뭔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까?'

위험 가구가 발견되면 나는 그 중심에 있었다.

의료와 복지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먼저 현장에 나갔다.


현관을 열고,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이었다.

119가 오기 전에, 가장 먼저 "살아계신가요?"라고 묻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장 자주 "돌아가셨습니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자책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왜 그날 전화를 한 번 더 하지 않았을까..."


"그 문자를 봤을 때 바로 갔더라면..."

하지만 반복되다 보니, 감정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슬픔보다는 무력감이 커졌다.


"어차피 또 누군가 죽을 거야."

"나는 이걸 막을 수 없어."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나는 벽을 쌓았다.

대상자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알면 힘들어져."

"적당히, 일정 수준까지만 관계를 맺자."

그래야 내가 무너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거리 두기는, 결국 나 자신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나는 늘 마음을 닫고 일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늘 '기능'처럼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

나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날, 회의 중 누군가 말했다.

"상담 지원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나도 상담이 필요할까?'

'내가 지금, 뭘 느끼고 있는 걸까?' 이후 기관에서 심리상담을 연결해줬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상담실이라는 곳에 앉았다.


처음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나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죽음을 봐요. 너무 자주요."

"그리고... 그 죽음들이, 이젠 별 감정 없이 지나가는 게 무서워요."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캡처7.JPG

"그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이 너무 많이 쌓여서 넘치지 않도록 막고 있는 거예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말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나는 긴 시간 쌓여 있던 슬픔과 분노와 무력감을 비로소 밖으로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 상담 이후, 나는 조금씩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완전히 치유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무감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 휴게 시간에 음악을 듣고, 가벼운 산책을 했다.


그리고 퇴근할 땐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죽음을 단지 숫자로 남기지 않기 위해 매 사례마다 이름을 기억하려 애썼다.

그건 내게 남겨진 최소한의 존엄이었다.


돌아가신 분들의 삶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사람으로 남아 있도록.

우리는 전문가로 불리지만, 그 이전에 사람이다.


고독사의 현장은 마음을 마르게 한다.

울지 않기 위해 애쓰고, 슬퍼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둔다

.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건 '전문성'이 아니라 '고장'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죽음을 지켜보는 일을 내가 견딜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했다.

"계속 이 일을 해도 될까?" "나는 잘 버티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답하려 한다.


"나는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없지만, 한 사람의 마지막을 가볍게 대하지 않을 수는 있다."

"나는 모든 순간을 완벽히 기록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의 이름을 마음에 새길 수는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한 사람의 마지막에 닿기 위해 현장으로 나아간다.


✔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읽지 않은 메시지 999》는
고독사와 가정 내 임종을 둘러싼
작은 신호들과 놓쳐버린 이야기들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간호사이자 사회복지사로 15년을 살아오며,
삶의 마지막 곁을 지키려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상 속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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