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정말?"
그 간절한 물음 앞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오랜 세월 뇌경색과 치매를 앓아오셨다.
말이 오랜 세월이지, 그 시간은 가족에게는 끝이 없는 고요한 전쟁이었다.
점점 말을 잃고, 표정이 사라지고,
마침내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의사들은 그 상태를 '와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특히 딸에게는 그저 '어머니'였다. 와상 상태.
누워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보통은 욕창이 생기고, 피부가 짓무르고,
가사노동과 간병이 중첩되면서 보호자도 금세 지쳐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집은 달랐다.
어머니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
피부는 깨끗했고, 자세도 가지런히 잡혀 있었으며,
침구도 늘 뽀송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건 어머니를 돌보던 딸의 손길이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지를 말없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딸은 어머니의 아침을 여는 알람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비위관으로 식사를 드리고,
기저귀를 갈고, 몸을 좌우로 번갈아 돌려드렸다.
팔을 스트레칭해드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천천히 펴드렸다.
말없이 반복되는 하루. 그 삶은 온전히 어머니를 위한 삶이었다.
재택의료센터의 관리도 순조로웠다.
두 달에 한 번 방문하여 건강상태를 확인하면 그 이상이 필요 없을 만큼,
딸은 혼자서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회의에서 이 가정을 이야기했다.
"정말 이상적인 재택 돌봄이야."
"저런 보호자가 있으니 가능한 거지."
그만큼 모범적이고 안정적인 가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기 방문 날이었다.
문을 열기도 전에,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공기 중에 섞인 묘한 긴장감,
그리고 문틈 너머에서 들려오는 짧고 빠른 호흡 소리. 그건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였다.
서둘러 들어가 열을 쟀다.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져 있었고,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 빠르게 숨을 몰아쉬고 계셨다.
폐렴이 의심되었고, 우리는 즉시 병원 이송을 권했다.
그제야 딸은 입을 열었다.
"이틀 전부터 그랬는데, 그냥... 평소처럼 조금 불편하신 건 줄 알았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제가 엄마를 방치한 거네요... 어쩌면 좋죠... 제가 잘못했어요..." 그 말이 너무 아팠다.
누구보다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온 사람,
어머니의 몸 하나 상하지 않도록 몇 년을 버텨온 사람이 지금 가장 깊은 자책에 빠져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아무 말 없이, 잠시 그녀의 울음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방치가 아니에요. 정말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우리가 지금부터 함께하면 됩니다.
"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동료로서의 다짐이었다.
가족은 병원 이송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이 공간에서 치료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즉시 재택의료센터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시작했다.
수액 요법, 혈액 검사, 항생제 투여. 의료적 대응은 빠르게 이뤄졌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딸의 행동이었다.
그날 밤부터, 딸은 어머니의 가래를 뽑기 위해 밤새도록 석션을 했다.
직접 수액을 교체하고,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며, 활력 징후를 종이에 정리해두었다.
우리가 다음날 방문했을 때, 딸은 수첩을 꺼내 보여주었다.
"어젯밤엔 혈압이 좀 낮았고, 새벽 두 시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어요. 이건 괜찮은 건가요?"
그 말투는 간절함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우리는 말했다. "괜찮아요. 지금처럼 해주세요.
그리고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우리는 항상 곁에 있어요."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기를 바랐다.
며칠이 흘렀다. 치료는 조금씩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숨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열도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딸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살아나실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우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적처럼 어머니는 회복되셨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기고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셨다.
그날, 딸은 조용히 나를 불러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가 다시 저를 봐주셨어요.
눈을 뜨고, 저를 알아보셨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일의 고됨과 숱한 무기력의 순간에도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단 하나의 이유.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 그것이었다.
가정 내 임종이란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끝에서 다시 돌아오는 생을 마주하기도 한다.
딸의 자책은 돌봄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24시간 연결된 전화 한 통이 생명을 지키는 줄이 되기도 하고,
마음을 붙잡는 손이 되기도 한다.
가정 내 임종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치료나 약물만이 아니다.
함께 있다는 확신,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주는 진심.
그날의 딸처럼, 누군가가 그 마음을 붙들고 있을 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도 다시 묻는다.
"이 돌봄은, 충분히 괜찮은가요?" 그 물음은 늘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읽지 않은 메시지 999》는
고독사와 가정 내 임종을 둘러싼
작은 신호들과 놓쳐버린 이야기들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간호사이자 사회복지사로 15년을 살아오며,
삶의 마지막 곁을 지키려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상 속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 https://blog.naver.com/ju8831
#간호사 #사회복지사 #치매돌봄 #고독사 #가정내임종
#재택의료 #죽음 #임종 #김정은간호사 #김정은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