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DDIQUE

기상천외함 속에 날카로움, 작가 고재욱 (1)

현대미술 작가 고재욱은 누구인가?

by Oddique Magazine

Editor's comment

작가 고재욱을 알게 된 계기는 간단했지만 그가 진행하는 작업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알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하나인 최고은 씨와 작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찾아갔었는데, 그때 펼쳐진 광경을 보고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미술 작가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걸려 있는 것은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은 커녕, 갔더니 웬 댄스 스포츠를 배우고 있고, 디제잉을 하더니, 심지어 마을 제기차기 경기의 중계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전시는 그러한 활동들을 잘 기록한 것 그 자체였다. 단순한 설치 작업물이나 원화 전시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작가 고재욱은 기상천외하다. 투명한 노래방 박스를 설치해서 바깥에서 다 볼 수 있게 한다던지, 헤어진 연인들의 물건을 맡아둔다던지, 서울에 빈 옥상에 원룸을 만들어서 대여해주는 등의 언뜻 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작업들을 해왔다.


다만 이 작가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기상천외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재욱의 작업들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깊은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나는 그의 온화하고 순박한 미소 너머에 어떤 생각들이 뇌를 지배하고 있길래 이런 작업들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는 전시를 자주 다녀간 관객이라는 빌미 하에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했다.





안녕하세요 고재욱 작가님!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재욱: 안녕하세요 저는 고재욱이라고 합니다. 제가 미술 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려는 사람이고요. 처음에는 사회 안에서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반감이랄지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찾다가 미술로 형태가 잡힌 케이스입니다.


처음 작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신가요?

재욱: 재밌는 게 저는 원래 서양화과를 졸업했어요. 근데 학교를 다니다 보면 물론 개인 차는 있겠지만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구나(웃음).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취직했어요. 회사는 디자인 회사였고 박봉에 시달리는 굉장히 열악한 회사였어요.


근데 당시에 제 친구가 어떤 작가님의 어시스던트로 일하고 있었는데, 보니까 저보다 월급이 훨씬 많은 거예요. 마침 그 친구가 한 번 와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모 작가라는 제 친구인데요. 그 친구가 저를 추천하더니 자기는 그 길로 나가 버리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작가의 길로 가게 되신 건가요?(웃음)

재욱: 네, 그렇게 됐어요(웃음). 그때 옆에서 도왔던 분들이나 주변 작가분들이 전부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 아니시고 어떻게 보면 특이한 작업들을 하셨던 터라 그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냥 회사 다니려고 했었어요. 출판, 인쇄 쪽 디자인 일이 생각보다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런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확실히 주변 사람 영향이 중요합니다.


작가님께서 굉장히 다양한 작업들을 많이 하셨어요. 처음 프로젝트 진행하셨던 게 2009년도 <On Your Mark>죠?

On Your Mark (2009)


재욱: 네, 많이들 흔하게 내실 수 있는 아이디어예요. 제가 제 포트레이트 사진을 찍어서 판넬로 만든 다음에 해외에 있는 친구들한테 보냈어요. 판넬이 딱 접히게 되어 있어서 A3 사이즈 정도 되거든요. 친구들한테 내 사진(판넬)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던 거죠.


거기에는 이제 매뉴얼이 있는데, '제가 당신들과 함께 있고 싶은 데 갈만한 형편이 되지 않으니 사진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저한테 보내주시고 혹시라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을 법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달라'는 미션이었어요.


근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온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해볼까 해서 좀 더 뽑아서 친구들이 여행 간다 했을 때 한 장씩 쥐어줬죠. 사실 지금도 가끔씩 메일이 와요.

On Your Mark (2009)


이 프로젝트가 졸업 작품 대체였다고 들었었는데, 전공이 서양화 과시잖아요(웃음).

재욱: 네 맞아요(웃음). 보통 회화과들은 졸업을 할 때 어떤 작품을 잘 그렸네 말았네가 중요한 곳도 있겠지만 제 학교는 몇 호, 그러니까 얼마나 많이 그렸느냐가 졸업 요소였어요. 물론 지금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당시에는 '양이 뭐가 중요해?' 했던 거죠. 양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면 저는 양으로 승부하겠습니다 한 거죠. 근데 당연한 거지만 통과가 안돼서 다시 다른 걸로 했어요(웃음).


작가님께서 말씀은 온화하게 하시지만 작업들에는 늘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재욱: 제가 하는 작업들이 공통적으로 어떠한 불만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걸 운동가적으로 들이받지는 못해요. 어떻게든 살살 돌려서 문제의 출제자가 불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작업하는 것들을 보면 다 그런 방향을 띄고 있어요.


작가님의 또 다른 작업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게요. 2013년도부터 <가라오케 박스> 그리고 <가라오케 하우스>라는 큐브 형태의 작품을 쭉 하셨어요.

<Karaoke Box> (2013)


재욱: 네, 제가 아까 말했던 스텝(어시스던트)으로 일을 할 때였는데요. 그때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밤에 늦게 집에 오곤 했는데, 오면서 늘 동전 노래방을 갔었어요. 스트레스 쌓이니까 풀려고 간 거죠. 거기가 합정과 홍대 사이에 수 노래방 맞은편에 있던 게임랜드였는데, 재밌는 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많이 오는데 꼭 문을 안 닫고 부르는 거예요.


뭔지 알 것 같네요(웃음).

재욱: '나 잘 부르니까 들어라' 이런 거죠. 그런 심리가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노래방 박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일 돕고 있던 작가님이 갖고 있던 방음 부스를 빌려다가 놓고는 그 안에는 노래방 기계처럼 보이지만 자막이 들어간 mp3 파일을 무한 반복 재생되게 장치를 해놓았죠. 그때가 또 마침 만나던 여자 친구랑 헤어졌던 때라서 다 이별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이 작업을 여러 차례 하셨잖아요. 참여한 사람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재욱: 이걸 처음에는 모델만 만들었다가 2013년도에 서교예술실험센터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실제 설치를 했었어요. 반응은 대부분은 다들 나르시시즘이 엄청나시죠. 춤추는 분들도 계셨고, 특히나 연인 분들이 오시면 여자 친구분은 밖에 있고 남자 친구분이 안에서 노래 부르시고..(웃음)


그러다가 우연히 불광혁신센터에서 박찬국 선생님이 기획하시는 페스티벌에 요청을 받았어요. 그리고 또 2016년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또 운이 좋게 전시를 하게 되면서 일이 점점 커졌죠.


말씀해주신 게 2016년에 <Die for>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전시죠?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하셨던 거랑은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Die for> (2016)


재욱: 많은 점이 다르죠.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아무래도 오시는 분들이 젊은 층이 많았고, 국현(국립현대미술관)은 비교적 더 다양했죠. 그리고 콘셉트를 조금 바꿔서 이전에는 mr 파일을 넣었던 것과 다르게 진짜 노래방 기계를 설치했었어요. 그 안에 들어가서 부르면 멀티 프로젝터로 해서 거의 국현 전체에 다 들리는 구조였어요. 관객분들이 줄 서서 부르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하실 때 따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재욱: 사실 너무 급하게 연락을 받고 진행한 터여서 정신이 없었어요. 왜냐면 그전에 '이제는 쓸 일 없겠지' 생각하고 큐브를 창고에 그냥 방치해 두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전시를 해야 되니까 수리하고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죠. 사실 큐브가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건데, 그 유리가 정말 비싸요. 그래서 처음 만들 때도 재활용하는 강화유리들을 다 수소문해가지고 메일을 보내서 가능한 저렴하게,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었어요.


사실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그냥 작가면 당연히 알아서 준비했겠거니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잖아요. 작가라고 해서 특별한 공급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발로 뛰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재욱: 그 말씀이 맞아요. 사실 작가나 아티스트라는 말보다 노동자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쾌' 노동자죠(웃음).


이때 그러면 오프닝 공연을 고은 씨가 하신 건가요?

<Die for - MMCA opening> (2016)


재욱: 네 맞아요. 예전에 경복궁 안에서 루나 포토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오프닝 공연을 고은 씨가 하셨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저분이랑 같이 해보고 싶다 했었는데 <Die for> 연락을 받자마자 건너 건너서 연락을 드렸죠.


아~ 그렇게 해서 두 분이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신 거였군요.







작가 고재욱 관련 정보

- 고재욱 Instagram

- 고재욱 Homepage

- E-mail: kjwshe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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