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누구이며, 예술은 무엇인가?
이번에는 2014~2015년도에 하셨던 렌터블 룸(Rentable Room) 그리고 렌터블 하우스(Rentable House)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재욱: 얘기해주신 것처럼 2014~2015년에 집중해서 했던 프로젝트예요. 서울에 있는 빈 공간에 큐브 형태의 방을 지은 다음에 야놀자에 올렸어요. '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실 프로젝트'라고 설명을 하면서 진행을 했거든요. 렌터블 룸이라는 이름이 대실을 그대로 번역한 거예요.
이 프로젝트에서 주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했어요. 저도 그때 맨날 월세 내면서 살았었는데 서울에 찾아보면 빈 공간이 진짜 많거든요. 근데 우리는 왜 그런 공간들을 방치해둔 채로 월세를 꼬박꼬박 낼 수밖에 없는지 그 점을 살펴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임시 모델을 만들어서 참여하시는 분들께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 거였어요. 연인 분들을 대상으로 한 건, 그분들이 월세가 아니라 서울에 부모님과 함께 살더라도 연인 분들이라면 어떻게든 둘만 있을 공간을 찾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설정을 했었어요.
제가 예전에 듣기로는 동성애자분들께서 꽤 이용하셨다고 들었어요.
재욱: 많이 오셨죠. 확실히 야놀자로 신청을 받으니까 성별이나 나이의 제한이 없어지니까요. 그리고 그때 오시는 분들은 다 뵙고 10분 정도 인터뷰를 했어요.
그분들에게 살고 싶은 집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어 온 사람들은 어떠한 주거의 형태를 갖고 싶은지 많이 궁금했어요. 근데 답을 받아보니까 단순히 주거 형태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죠. 또 그런 걸 듣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큐브 형태의 전시를 여러 번 하시게 되면서 작가님에 대한 인상이 어느 정도 생겼을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재욱: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으세요. 사실 <Die for>도 다원예술프로젝트라고 해서 기존에 있지 않던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합친다는 취지로 운 좋게 섭외를 받은 거였어요. 그전에는 아무도 저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제가 이 뒤에 송은 아트큐브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서 제도권에 편입이 되기 시작해요.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 이제 나도 소비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다 보면 기획자분들이 주제에 맞게 작가분들을 섭외하잖아요. 그때 작가가 미술관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조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에요. 요즘은 작가분들이 직접 전시 기획도 참 많이 하시잖아요. 그러한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전시 방향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작가는 결국 전시를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가지려 하는 건데, 과연 그 방법이 대중의 입장에서 감상하기에 좋은 방법이냐고 했을 때는 물음표가 찍히는 부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재욱: 일단 화이트 큐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제약이 엄청나게 많아져요. 사실 제가 렌터블 룸 대실 프로젝트를 할 때도 미술관에서 어떻게 대실 서비스를 하겠어요.
그래서 <Rentable Room> 프로젝트의 경우 전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간에서 실제적으로 진행을 했어요. 전시장에는 그 껍데기만 두게 되는 거죠. 물론 지금은 그것도 다 나름대로 각자의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저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아야겠죠.
사실 단순히 공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 보다도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하지만 또 기존의 방식을 깨고 갤러리 색을 강하게 가져가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그런 갤러리가 많지 않더라고요.
재욱: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진짜 운이 좋았던 거예요. 16년도에 미술관에서 다원 예술프로젝트라고 하니까 제가 그 안으로 받아들여진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 안 됐을 거예요(웃음).
<Never Let Me Go>라는 작업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어요. 언뜻 봤는데도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재욱: 이것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같이 진행했던 거예요. 다 내용이 찌질한겁니다(웃음). <Never Let Me Go>는 헤어진 옛 연인의 물건을 100일 동안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그분들에게 다시 반환 혹은 폐기를 실행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제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그 당시에 헤어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잘 못 버리는 성격이거든요. 근데 어느 날 저랑 똑같은 상황에 있는 찌질한 친구랑 둘이서 술을 먹게 됐는데, '그럼 우리 물건을 서로 바꿔 있어 보자' 한 거죠.
몇 달 뒤에 다시 연락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 경험이 괜찮더라고요. 물건이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덜 하게 해 주고, 그렇다고 버리는 건 또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경험을 다른 분들이랑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진행했던 거였어요. 그때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게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서울문화재단 산하였는데 어쩌다가 서울문화재단에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 거예요. 그러다가 그게 또 신문사까지 닿아서 갑자기 동아일보랑 한겨레에 보도 기사가 났어요. 덕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신청하셨어요.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돌려받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재욱: 거의 대부분은 처음 물건 주실 때는 돌려받을 거니까 잘 보관해달라 하시지만 7~80퍼센트는 폐기하세요. 떨어져 있는 100일 동안 아무렇지 않게 된 거죠. 돌려받으신 분들도 계셨는데, 공통점이 다 고가의 물건이었어요.
약간 슬픈데요?
재욱: 좀 슬프지만 현실적인 거죠. 금목걸이도 있고 그랬어요. 이건 진짜 돌려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프로젝트 끝난 다음에 돌려받거나 폐기시키는 게 아니라 전 애인분한테 전달해달라고 하셨던 분이 네 분 계셨어요. 이걸 가만히 생각해보면 직접 전달해줄 용기가 없거나 혹은 둘 사이의 애매모호한 상황을 대신 제가 가서 찔러봐라는 그런 것들이겠죠? 그런 분도 계셨었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봤었던 작업들이에요. <Artlabor> 프로젝트가 저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이게 장기 프로젝트였죠?
재욱: 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2017~18년 2년에 걸쳐서 했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축한 것까지 하면 3~4년은 걸렸죠.
그전에 이런 의문이 많았어요. 저를 주변에서 작가라고 불러주시는데 실제로 만드는 걸 보면 제작은 거의 외주를 줄 때가 많아요. 그러면 내가 직접 만들지 않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작가라고 인정하는 것 같은데, 만약 그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한테도 왔고 내가 구현만 한 거라면 나의 정체성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이 <Artlabor>는 신청자분들이 생각하는 예술적인 상상력이라는 걸 제가 대신 구현해드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프로젝트예요. 근데 성공하기 진짜 힘들죠. 거의 실패를 예견하고 하는 프로젝트인데, 그 과정에서 일반인 분들이 생각하시는 예술의 개념이 그렇게 엄청 대단한 게 아니란 점과 내가 생각하는 것도 표현만 한다면 누구나 다 창작을 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려고 했어요.
근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실 많은 질문들이 생겨요. 창작의 오리지널리티라는 게 어디까지 인정이 되는 걸까. 왜냐면 저를 포함한 작가들도 다 어떤 것들에 영향을 받아서 변형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할 때 그 오리지널리티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런 것들을 현재 한국 미술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면서 이제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죠.
근데 근본적인 취지는 참여자분들이 이걸 보셨을 때 미술이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엄청 멀리 있지 않고, 또 내 삶에서 엄청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구현의 대리자 역할을 하신 건데, 아마 처음에는 그림도 그리실 수 있고, 영상도 하시고, 글도 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커버가 되겠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근데 막상 전달받은 아이디어들이.. (웃음)
재욱: 네,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고요.(웃음)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걸.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다른 작가도 떠올릴 법하잖아요. 막상 해보니까 왜 안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웃음) 진짜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다음에 하신 게 <그림 주문 제작소>에요. 이 작업도 저는 되게 흥미로웠어요.
재욱: <그림 주문 제작소>는 <Artlabor>에서 조금 전문화된 케이스예요. 그때 초상을 그려달라는 분들이 꽤 계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접 해보니까 역시 그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에 한정해서 진행을 해본 거죠.
그리고 여기서는 또 유통에 대한 실험을 하게 돼요. 제가 을지로 지하상가에 3개월 동안만 공간을 임대해서 그림 주문을 받았어요. 이때 주문 방식이 매뉴얼에 따라 체크를 하면 가격이 나오는 구조인데, 예를 들면 캔버스 몇 호면 얼마, 유화 작업 시 얼마 추가 이런 식으로 한 거죠.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게 작가의 사인과 함께 이 작가가 그렸다는 보증서(Waranty)를 발급하면 가격이 2배가 돼요. 이제 여기서 일반인 분들이 그림이 필요해서 주문하실 때 보증서 옵션을 선택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과연 2배나 되는 가치를 지불할 것인가를 보고 싶었던 거예요.
왜냐면 전통적으로 미술 시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유통이 되거든요. 품질보증서를 발급해드리고 작품가를 작가와 갤러리가 5:5로 나누게 돼요. 원래 미술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일반 시장으로 옮겼을 때도 과연 유효할 것인가 였는데, 예상했다시피 거의 선택하신 분이 없었죠. 한 분 정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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