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 시장과 예술 소비에 대한 이야기
오늘 작가님과 얘기를 하면서 저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예술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전보다 예술 관련한 비즈니스나 상품은 많아졌지만,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양해졌느냐고 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도 저는 대부분의 미술 소비가 일정한 페이를 지불하고 그 오리지널을 소유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쓰임새가 인테리어 소품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들어요.
재욱: 얘기해주신 질문이 현대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준 질문이에요. 우리가 창작을 해서 사회를 비판하던, 어떤 것을 전달하건 간에 그 결과물의 종착지는 재벌집 거실 뒤에 벽에 걸리는 것 아니냐. 그러면 우리는 그걸 막기 위해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죠.
작가분들 중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세요. 어떤 분들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미술 작품이 아니라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공헌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콘텐츠를 판매하기도 하세요. 사실 저도 그런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긴 해요.
그리고 해외의 경우는 제가 <Conflict Kitchen>이라는 프로젝트를 되게 좋아하는데요. 피츠버그에 있는 식당이에요. 현대미술가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데,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의 음식을 팔면서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와 정보를 소개하는 공간을 운영해요.
이분들이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그 나라의 음식을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북한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 한국에 와서 수차례 와서 공부를 해가는 거예요. 이런 프로젝트는 수익도 나면서 아트 프로젝트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해주신 그런 프로젝트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결국 예술 소비라는 것이 그 예술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는 경험 자체를 상품화를 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시는 여전히 들어가는 비용 대비 입장료 수익은 너무 낮다는 생각을 해요.
재욱: 처음에 상업 갤러리에서는 그런 무료 전시들이 말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문턱을 낮춰야 거기서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사실 맞지 않는 말이죠.
저는 전시회도 하나의 콘텐츠라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유료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해요. 소비자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했을 때,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방향성이 관객을 위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지금의 구조를 가능한 빨리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재욱: 저도 실은 그림주문제작소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도 있어요. 분명히 수요는 있거든요. 하지만 미술계쪽에서는 딱히 피드백이 없더라고요. 저로서는 아쉬움이 있죠.
작가님은 작업 특성상 무형의 작품들이 많으시잖아요. 대중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전시가 거의 유일하실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재욱: 그래서 저도 항상 고민하는 편이에요. 아까 말한 것처럼 결국은 어떤 한 분의 소유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무형의 폼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이거라도 팔아야 되나 싶을 때도 있어요.
다른 얘기지만, 해외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티노 세갈이라고 있어요. 그 분 같은 경우는 전시한 것에 대해 일체 기록을 남기지 않아요. 전시장에 들어가면 이미 짜여진 연출에 의해 배치된 퍼포먼서들이 있어요. 그리고 관람객이 입장함에 따라서 퍼포먼스가 시작되는 형태의 작업인데요.
근데 그 작업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 기록을 남기지를 않아요. 그런 기록이 남는 순간 에디션이 되어서 판매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예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하는데, 재밌는 건 미술관에서 또 그 무형의 아이디어를 샀어요. 되게 재밌고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 꼭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지금은 저는 미술관 밖에서 하는 외부 프로젝트를 많이 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라는 음악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완전히 다른 장르의 플랫폼에 참여해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오늘 많은 걸 작가님과 얘기했어요. 정말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들을 많이 하시는데, 앞으로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재욱: 저도 내후년이면 이제 마흔이 돼요.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 활동을 꽤 많이 했다고 하지만 지금도 불안해요. 그치만 아직은 조금 더 실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고민도 있어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과연 제 미술을 접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넓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세상을 바꾸는 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제 주변 사람이라도 조금이나마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사람 바꾸는 일 같아요(웃음).
재욱: 정말 제 주변 사람들 설득시키는 것만으로도 평생을 걸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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