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DDIQUE

듣는 영화를 만듭니다. 돌돔의 오디오필름 (1)

1. 오디오필름이 도대체 뭔가요?

by Oddique Magazine

Editor's comment

일명 돌돔의 오디오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크리에이터명은 돌돔, 본명은 김종철. 내가 이 사람을 알게 된 지가 햇수로 벌써 3년이 넘어간다.


어느 날 우연하게도 돌돔의 콘텐츠를 발견했다. 오로지 사운드만으로 섬세하게 배치해놓은 콘텐츠는 마치 내가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돔이라는 생선 이름(?)을 별칭으로 쓰는 이 제작자는 자기 콘텐츠를 '오디오필름(Audiofilm)'이라고 불렀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사람이 만든 그전에 들었던 어떤 오디오 작업과도 차별된다는 점이다. 신선한 소재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그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사운드 연출 등 오디오만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고등학교 때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해서 영화 감독으로,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오디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 스토리 광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호기심이 마려웠다.





안녕하세요. 우선 돌돔님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돌돔: 안녕하세요 저는 돌돔이라고 하고 오디오필름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평범한 30대 남자입니다.

사실 너무 잘 알고 자주 보는 사이라 이런 인터뷰가 저도 어색한데요(웃음).


일단은 오디오필름이라는 게 어떤 콘텐츠인가요?

돌돔: 네(웃음). 제가 제작을 하는 오디오필름은 말그대로 소리 영화입니다. 아마 오디오 드라마나 라디오 드라마라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오디오필름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데요. 조금 다르다면 나레이션(지문 설명)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ASMR이 더 가깝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디오필름이란 콘텐츠를 말로 설명하려니 늘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먼저 콘텐츠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추천해주실 게 있을까요?

돌돔: 지금 겨울이기도 하고 새해기도 하니까, 뮤지션 기덕님의 노래가 담긴 <오늘은 마치>라는 동명의 콘텐츠가 있어요. 그걸 먼저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돌돔의 오디오필름 <오늘은 마치 with 기덕>


콘텐츠를 들으셨다는 가정 하에 좀 더 얘기를 해보면, 아까 말한 나레이션(지문 읽기)를 최소화 한다는 게 어떤 얘기일까요?

돌돔: 나레이션이라는 건 보통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프로필에 대해서 알려주는 걸 말하고요. 오디오 콘텐츠는 보통 제 3자가 따로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저는 이걸 굳이 넣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오늘은 마치>에서 여자가 차에 타는 장면의 경우에 나레이션으로 '여자가 남자의 차에 탔다'라고 설명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돌돔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차문을 여는 효과음과 타기 전과 탔을 때의 바깥 소리의 차이를 통해 그 사실을 알려주시는 거잖아요?

돌돔: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돌돔님이 나레이션을 최소화하려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돌돔: 저는 일단 굳이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다 설명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메워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사실 제 콘텐츠의 재밌는 점인데요. 제가 A를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B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만들었던 콘텐츠 중에 <Across the Universe>라는 게 있어요. 그 작품에서 여자가 대사를 하는 와중에 소행성이 슝슝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나오는데요. 이걸 들으신 분 중에 어떤 분은 우주선이 불타는 소리로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우주선이 고장나서 불에 타고 있고 이 여자가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신 거죠.


근데 저는 이런 게 제 콘텐츠를 듣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걸 강제하고 싶지도 않아요.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해요.

돌돔의 오디오필름 <Across the Universe>


오히려 해석을 열어두고 사람들이 들리는 소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콘텐츠의 매력이란 거죠?

돌돔: 그렇죠. 같은 소리를 들어도 그걸 듣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는 거죠.


또 하나 돌돔님이 만드는 오디오필름의 특징이 기존의 성우분들이 아니라 일반인분들이 연기를 하시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성우분들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들릴 때가 많더라고요. 이 부분도 돌돔님이 의도를 하신 부분인가요?

돌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제가 이걸 처음 만들 때는 저도 성우분들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치만 제가 성우분들을 실제로 섭외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목소리가 좋으신 분들께 부탁을 드렸던 거죠. 그리고 나서 제작을 꾸준히 하면서 제가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어요. '아 이게 내가 지향해할 점이 이런 부분이구나'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저는 제 이야기가 일상의 한 부분을 똑 떼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성우의 연기톤보다는 잘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평소에 마치 옆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 부분이랑 관련해서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었는데 맞나요?

돌돔: 네, 실제로 이탈리아의 50년대 영화들을 보면 네오 리얼리즘이라고 해서 비전문배우를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가 이탈리아가 전쟁 후였기 때문에 전후의 피폐해진 상황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했었고, 비전문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으로 연기하고 그랬어요. <자전거 도둑>이나 <무방비도시>가 그런 영화들이죠.


사실,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원래 영화를 공부하셨던 걸로 알아요.

돌돔: 네, 제가 영화를 공부를 했었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영화들을 되게 좋아해요. 특히 5~60년대 유럽영화들,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화들을 되게 좋아하기 때문에 아까 말한 네오 리얼리즘도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오디오필름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도 영화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돌돔: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제 아이덴티티에요. 왜냐면 영화과에 다니고, 영화를 공부하다 보면 길든 짧든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이 쌓이게 되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걸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품이 들어가야 돼요.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 또 그만큼 제작비용도 필요하죠. 그리고 그걸 찍는 시간도 전부 다 비용이에요. 시나리오를 쓰고 그걸 찍는데도 시간이 들고 또 편집까지 하면 엄청나게 긴 과정이 필요한 거죠.


근데 저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빨리빨리 소비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이걸 소리로만 만들면 앞서 했던 시간 걱정, 돈 걱정을 안해도 되겠더라고요. 장소가 해외일 수도 있고, 우주일 수도 있어요. 제 마음대로 표현이 가능한거죠.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게 <Sound and Color>라고 노래와 짧은 대사를 입혀서 만들었었는데, 엄청 짧아요. 아마 1분도 안될 거에요. 그렇게 제가 쓴 글을 가지고 하나씩 만들게 되면서 '내가 이렇게라도 아카이브를 하면 되겠구나' 해서 취미로 한 게 시작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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