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이 말하는 사운드의 디테일
이번에는 콘텐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만드시는 작품의 이야기들을 보면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를 잘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열아홉들, 두 번째>에서 나온 '토마토마'라는 아주 구체적인 소재를 언급하시잖아요. 이러한 것들은 돌돔님이 따로 추구하는 방향이실까요?
돌돔: 네, 원래도 그렇지만 요즘에도 방송에 나온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처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연상을 잘할 수 있는 거죠. 만약 내가 스타벅스의 커피를 좋아한다면 그냥 '커피 마시러 가자'가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 마시러 가자'가 되는 거죠.
그러면 '토마토마' 외에도 이렇게 디테일한 소재를 사용하신 게 또 있으신가요?
돌돔: 제 작업물 중에 지하철을 소재로 만든 이야기가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여름, 수인선>이고 다른 하나는 <눈사람, 봄>이에요. 이 이야기들은 지하철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특정 역이나 특정 노선에 대한 추억들이 나와요.
특히나 <눈사람, 봄> 같은 경우는, 합정역에서 당산역까지 가는 지하철 구간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한강이 쫙하고 보이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때의 개방감(?)을 참 좋아했는데,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 순간이 딱 이 지점이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외에도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라던지 그런 디테일들을 넣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오디오로 만들어진 작업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게 사람들이 상상할 때 조금 더 도움이 되거든요.
이번에는 오디오필름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조금 더 알아보려고 해요. 하나의 작품에서 소리의 디테일들이 어떻게 배치가 되어있는지 조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돌돔: 네, 미리 말씀을 해주셔서 아까 말씀드렸던 <열아홉들, 두 번째>의 한 파트를 가져왔어요. 같이 설명하면서 좀 더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조금 더 덧붙여서 이야기하면 저는 제가 지금 말한 이런 디테일들을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채게 하고 싶어요. 사실 이런 디테일들을 못 느끼게 하는 게 진짜 잘 만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진짜 잘 만든 영화를 보게 되면 어떤 특정 디테일을 두고 '저거 약간 이상한데?' 아니면 '저거 되게 좋아!'라는 말을 잘하지 않거든요. 그런 말이 나온다면 그만큼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얘기인 거죠. 이런 것들은 여러 번 돌려가면서 뜯어서 보지 않는 이상에는 사람들한테 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딱 들었을 때 사람들한테 자연스럽게 들리고 좋다고 느껴지면 잘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왜 잘 들리지 않는 사운드를 이렇게 겹겹이 쌓아놓았을까 했는데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그래도 시간과 공간을 상상해서 소리를 배치한다는 사실은 많이 놀랍긴 해요.
돌돔: 이게 사실 잘 보면 우리가 아는 일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다 하고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누군가 신기해하고 좋아한다는 게 저는 한편으로는 아직 오디오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기대치가 많이 낮구나 싶어요.
저는 영화를 공부했고 연출을 했다보니까 이런 식으로 배우의 연기를 디렉팅하고 소품들을 배치하는 것들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인데, 이런 것들이 오디오 콘텐츠에서는 유독 안 쓰이더라고요. 그런 반응들이 저한테 오히려 더 낯설 때가 많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