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DDIQUE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4)

지후트리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by Oddique Magazine

이렇게 그림도 그리시고, 퍼포먼스도 하시고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이런 다양한 활동들에서 오는 부담은 없으신가요?

지후: 없어요. 저는 시도 하는 걸 좋아해요. 오히려 더 많이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어요. 근데 그건 활동하면서 점차 늘려나갈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신지 콜라보 작업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가장 흥미로웠던 게 백승연 작가님의 문학 작품 '홍학 없이 홍학 말하기'를 퍼포먼스로 풀어낸 거였거든요.


지후: 그게 창비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학 3이라는 문학지가 있어요. 거기에 양경언 씨라는 문학 평론가분이 계신데, 그분이 제가 수화 퍼포먼스를 하시는 걸 보고 문학 작품과 연결해서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주신 거죠. 그래서 그 때 백승연 작가님의 작품을 가지고 퍼포먼스로 풀어내게 됐어요.


그 '홍학 없이 홍학 말하기'라는 소설 자체의 내용이 너무 흥미롭고, 왜 지후트리님과 이 작품을 함께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지후: 맞아요. 그 소설 안에서 보면 자주 안쓰는 단어는 비싸고, 자주 쓰는 단어가 싼 단어로 나와요. 근데 우리가 잘 생각해보면 언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자주 쓰지 않는 것들은 소멸되고 없어지는데, 자주 쓰고 말하는 것들은 갑자기 다시 사전에 등재되고 그러잖아요.


거기서 저는 이게 백일몽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이걸 그로테스크하게 한 번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악과 수어 번안을 제가 하고, 전체적인 틀이나 움직임을 댄서 서일영씨가 함께 해서 작업을 완성했었어요.


이외에도 앞서 얘기해주신 것처럼 삼성전자나 룰루레몬과 같이 여러 회사나 브랜드들과 작업을 종종 하시는데, 혹시 제안을 받으셨을 때 같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기준 같은 게 있으신지 궁금해요.

_31(2).png 2021년 당시 김예지 피아니스트와 지후트리의 공연 포스터 및 팜플렛 일부


지후: 저는 앞서 얘기한 삼성전자나 룰루레몬처럼 지역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좀 더 나와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그런 기업들이랑은 계속 해보고 싶어요. 삼성전자쪽 아트디렉터님이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되게 생각이 열려있으시더라고요. 얘기를 했을 때 최대한 받아들이시려고 하시고요.


삼성전자랑 하게 된 계기는 그거에요.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이시면서 현재 국회의원이신 김예지 의원님이라고 계세요. 제가 그분이랑 공연을 함께 하게 되면서 그분이 생활하는 생활 반경들을 보게 됐어요. 예지님 옆에는 조이라는 안내견이 있는데, 조이가 있기 전에는 또 찬미와 창조라는 반려견이 있었어요.


그 세 안내견을 키우고 훈련시킨 곳이 삼성안내견학교거든요. 제가 그런 사연을 다 알고 나니까 이 안내견을 키우는 안내견학교 그리고 삼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뭔가 그런 방향으로 고민한 흔적이 있는 브랜드들은 계속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룰루레몬에서는 그림이나 퍼포먼스가 아니라 직원분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지후: 룰루레몬도 좋았던 게, 룰루레몬이라는 회사가 크게 성장하게 된 배경을 보면 지역 커뮤니티를 되게 신경을 많이 쓰셨더라고요. 애초에 글로벌 브랜드이고 캐나다에서 시작을 했는데, 지역 사람들과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건강한 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던 것 같아요.


물론 여기가 룰루레몬 코리아이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 마인드가 좀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제가 보통 강연을 나가거나 하면 보통 질문을 잘 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런데 룰루레몬에서는 질문이 계속해서 올라오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많이 놀랬죠. 여기 분들은 열린 사고관을 갖고 계시구나 라는 걸 바로 느끼게 됐죠.


이외에도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을 하는 서비스인 고요한M과도 협업을 하셨어요. 차량의 외관 디자인 작업을 하셨었잖아요. 그 작업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118868291_360432108694527_8699247802180434984_n.png 지후트리가 디자인 한 고요한M 차량 이미지


지후: 고요한M도 그래요. 일단 제 마인드 자체가 그분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걸 원하는 사람이고, 또 제 아버지가 택시 운전 기사였기 때문에 그 취지에 너무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꼭 하겠다고 해서 하게 된 거였고요.


이거 말고도 고요한M에서 지원받는 지도가 티맵인데, SK에서 나온 거예요. 그래서 어찌저찌 해서 종로에 있는 SK텔레콤 사옥에 있는 벽면 전체를 감싸는 LCD 기둥이 있는데, 거기에 고요한M을 홍보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한테 그 안에 들어가는 그림을 부탁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담당자가 전화가 왔는데, 저는 페이 이런 거 안 물어보고 딱 하나만 물어보겠다고 했어요. '이게 고요한M이라는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되는 거냐', '그래서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서 차량을 늘리거나 할 수 있는 거라면 하겠다'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이것도 조만간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궁금한 게 그런 브랜드들 또는 앞서 백승연 작가님 작품처럼 다양한 매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해오셨잖아요. 앞으로 같이 콜라보를 하고 싶다하는 곳이 있으신가요? 여기와 이런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고 싶다던지 하는 것들이요.

지후: 3년 안에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장벽 없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친구가 돼보는 그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물론 방법적인 건 제가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지만, 제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 건 삼성전자 때문인 것 같아요.


삼성전자에서 안구마우스라는 걸 개발을 했거든요. 이제 몸이 굳어서 손발의 근육을 사용할 수 없는 분들이 눈동자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에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는 그동안 음성 언어를 뱉는 것만을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실은 더 다양한 창구가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기술의 도움을 빌려서 그런 장을 만든 다음에 조금씩이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만들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먼저 장애에 대한 관심도 많고 예술쪽 그리고 문화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서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작업들을 통해서 기술과 연계해서 소통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얘기를 듣다보니까 예술만 하시는 게 아니라 기술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되게 많으신 것 같아요.

지후: 네, 관심이 많아요. 기술 융합 이런 것들을 진짜 해보고 싶고, 개인적으로 미디어아트를 나중에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미디어아트를 배워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분들과 협업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건축물에다가 수화언어를 미디어아트로 쏘아보고 싶어요. 제가 만든 수화 아트가 건물에 비주얼로 보여지는 거죠. 그래서 건축물이 수화언어로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런 재밌는 미디어아트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지후트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후: 우선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아까 말한 미디어아트 그리고 설치미술쪽 그 중에서도 공공 디자인, 유니버셜 디자인을 너무 하고 싶고요. 근데 그건 제가 좀 더 디자인을 공부를 해야 할 거고요. 그치만 나중에 꼭 하고 싶고요.


아, 그리고 요즘 제가 BTS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요.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하이브랑 꼭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수어 그림, 수어 퍼포먼스, 그래서 장애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 내 비주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될 것 같아요. 만약에 이런 쪽에 뜻이 맞는다면 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면 카멜레온처럼 최대한 거기에 맞춰서 해드릴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지후트리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지후: 저는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가랑비 옷 젖듯이 스며들면서 점차 넓어지는 거? 막 대단하게 공표하고 그러는 것보다 저는 이게 더 좋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꾸준히 스며들듯이 사람들에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것들, 제가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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