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자전적 소설
금요일 오전 10시, 새 한 마리도 울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의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린다.
“잠깐 통화 괜찮죠?”
탁탁 키보드 치는 소리와 함께 회계팀 김 차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저 오늘 연차예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사람 좋게 괜찮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난 재빨리 노트북을 켜고, 페이스 ID로 10초 만에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한다. 김 차장은 내가 어제 결재 올린 문서를 보며 몇 가지 질문을 툭툭 던졌고, 난 통과의례 같은 이 관문을 한 번에 넘겨 보겠다는 호기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준비된 멘트를 발사한다.
김 차장은 다른 사람의 말과 글에서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 조직에서 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해도 최소 두 번, 아니 세 번까지는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 ‘오케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도 내가 올린 문서는 반려됐고, 오늘 중으로 다시 올리라는 미션 하달과 함께 10분 남짓의 통화가 끝난다.
‘박 대리한테 부탁해볼까?’
순간 고민을 했지만, 내가 할 일을 떠넘긴다는 생각에 별로 내키지 않는다. 일단 집 나간 정신을 좀 깨울 겸 커피 한잔을 마시기로 한다. 곧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에게 얼음은 필수다. 냉장고에 얼려둔 삼단 얼음 트레이를 꺼내 있는 힘껏 얼음 결정체를 깨부순다. 텀블러에 얼음 9방울을 넣고,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 버튼을 한 번, 또 한번 누른다.
‘오늘 하루 쉬려고 어제까지 죽도록 야근했는데, 오늘까지 일을 해야 돼?’
문득 서러움과 자괴감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도 회사가 망하거나 내가 잘리는 일은 없다. 난 내 휴가를 100% 즐길 자유와 권리가 있다. 내 마음속 정의의 수호신은 내가 노트북을 빨리 덮고 게으른 아침을 보내길 원하고 있다. 일단 소파에 누워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좀 생각해보기로 한다.
3, 2, 1...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벤 공기를 들이마시니, 나를 짓누르던 하찮은 근심과 걱정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스르르 눈이 감긴다.
*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 이미지출처: www.lllkkdt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