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_올림픽 베이비에게 놓인 운명의 길

30대 직장인의 자전적 소설

by 문득

1981년 서울에 첫 벚꽃이 피던 날, 제주에서 온 남자와 광주에서 온 여자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위해 머나먼 서울 땅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을 잡길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대로, 남자는 화이트칼라의 상징인 은행에, 여자는 안정적인 공단에 들어갔다. 남자와 여자는 거래처 직원으로 만나 서로에게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공통점이 많았다. 정든 고향을 뒤로하고 홀로 마주한 각박한 서울살이, 시골에 계신 부모님 걱정에 빠듯한 살림에도 매월 용돈을 부치는 지극한 효심,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와 삶에 대한 가치관까지... 이들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둘은 혼인을 서약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결혼식 날,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따뜻한 여자의 뱃속에서 유유자적 물놀이를 하며, 곧 아빠와 엄마가 될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1988년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용이 우렁찬 장맛비를 뿌리던 날, 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처음 세상에 눈을 떴다. 온 나라가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었고, 국민의 힘으로 기나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을 선출한 것에 대해 모두들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을 때였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우렁차게 우는 나를 보며, 이 아이에게는 당신들이 누리지 못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이의 교육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길, 그리고 좋은 신랑감을 만나 윤택한 삶을 살길 원했다. 이를 위해 아빠는 더 헌신적으로 당신의 청춘을 회사에 바쳤으며,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인생을 택하게 되었다.


엄마의 품에 잠든 채 머나먼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이 올림픽 베이비에게는, 이미 이 시대와 이 사회가 정해놓은 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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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pixabay.com/photos/fate-suffering-luck-word-letters-205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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