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_쉼없이 달리는 청춘열차

30대 직장인의 자전적 소설

by 문득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게 엊그제 같은데, 난 어느덧 고3 수험생이 되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모처럼 단짝 친구인 M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넌 꿈이 뭐야?"


M이 예상치 못한 화두를 던졌다.


"글쎄... 예전엔 별 보는 게 좋아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수학에 재능이 없어서 그 꿈은 포기했어. 엄만 내가 선생님이 되길 원하시는데,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네 꿈이 뭔데?"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좋은 대학에 간 다음에 고민해보려고. 넌 꿈이 뭐야?"


"나도 아직 없어. 넌 혹시 특별한 꿈이 있나 해서..."


꿈에 관한 우리의 대화는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고3이 되자 우리의 관심사는 대학, 수능, 성적, 내신 등 몇 가지로 압축되었다. 그림과 사진을 좋아하던 우리는 간간이 미술관에 다녔는데, 고3이 된 이후엔 공부 외에 다른 것을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앞으로 1년이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는 어른들의 진심 어린 충고에, 우린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때가 되면 공부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무미건조한 수험생활을 이어나갔다.


선생님들은 시험이 끝나면 어김없이 꼬리표를 나눠주셨다. 내 이름 석자 옆에 적힌 숫자는 학교에서 나의 서열을 의미했다. 시험성적으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이 작은 사회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과 존재감은 자기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오로지 차가운 이성과 무거운 엉덩이로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정답을 잘 집어내는 사람만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린 눈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처럼, 모두가 결승선에 1등으로 도착하기 위해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눈 가린 3년이 지나고, 난 그토록 원하던 명문대에 입학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하니 내가 꿈꾸던 넓은 캠퍼스와 멋진 건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선후배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학교를 빛낸 동문들이 영상으로 환영사를 전했다. 꿈이 현실이 된 이 순간, 모두들 자부심에 고취되어 있었다. 처음 만난 선배, 동기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는 선배들이 준비한 각종 게임과 술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생각 없이 연거푸 들이켜다 보니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지만, 이유 없이 기분은 좋았다. 어른들의 말이 맞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왔으니, 앞으로 걱정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밤 11시가 넘어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기차는 어둠에 젖은 한강을 지나고 있었다.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있는 적막한 지하철에는, 야자를 마치고 온 학생들과 야근하고 온 회사원들만이 지친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초점이 흐려진 두 눈으로 이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끝난 것일까?'



*댓글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

**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ko/photos/흐림-출퇴근-통-학-기관차-1239439/


매거진의 이전글1화_올림픽 베이비에게 놓인 운명의 길